'화장실에서 숨는 아이' 사라지려나...정부 소아 당뇨병 지원 늘려

국무조정실 ‘어린이집, 각급 학교 내 소아 당뇨병 어린이 보호 대책’ 발표 / 신예진 기자

2017-11-15     취재기자 신예진
최근 소아 당뇨병을 앓는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타인의 눈을 피해 몰래 주사를 맞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그러나 아직도 아이들은 인슐린 주사기를 들고 화장실을 찾는다. 이에 정부는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새로운 대책을 내놨다. 중학교 2학년 김유진(가명) 양은 2년 전부터 소아 당뇨병을 앓았다. 김 양은 초등학교에서 이뤄진 소변 검사를 통해 병을 알게 됐다. 검사 결과, 당이 높은 수치로 검출됐던 것. 이후 김 양은 하루에 4번, 식사 전 복부에 자가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 집에서는 부모 입회 하에 안전하게 주사를 놓지만, 문제는 학교에서 발생한다.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주사를 맞기가 곤란했기 때문. 김 양은 점심시간마다 친구들의 눈을 피해 화장실 행을 택했다. 김 양은 “아이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서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 양처럼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국내 소아 당뇨병 환자는 5000명이 넘어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언론에서 이미 화장실에서 혼자 쓸쓸하게 주사를 놓는 소아 당뇨병 환자 아이들을 주목했지만,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비위생적이고 좁은 화장실 한 칸으로 내몰려 복부에 인슐린 주사를 놓고 있다. 한 당뇨병 교육 간호사는 기자를 붙잡고 “아무리 아이들을 달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속상함을 내비쳤다. 그가 ‘보건실에서 주사를 투여하라’고 재차 말해도 아이들은 친구들과 보건 교사 눈치를 보며 화장실에서 주사기를 꺼내 든다는 것. 이 때문에, 그가 맡은 소아 당뇨병인 아이들 대다수가 교육 도중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고. 그는 “본인들이 가장 속상할 것”이라며 “병원과 현실의 괴리감에 우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 장애로 혈당이 상승하는 질환을 말한다. 발생 원인에 따라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 임신성 당뇨병 등으로 나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일컫는 ‘소아 당뇨병'은 1형 당뇨병으로 소아와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한다고 해 소아 당뇨병으로 불린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에 속한다. 1형 당뇨병은 완치가 없으며, 인슐린 주입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환자들은 하루 4~7차례 혈당을 체크하고 적정량의 인슐린을 주입하는 과정을 평생 반복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소아 당뇨병을 앓는 아이들이 스스로 주사를 놓을 수 있게 ‘자가 인슐린 주사법 교육용 키트’로 연습을 시킨다. 본인의 피하지방에 인슐린 주사액을 정확하게 주입하기 위해서다. 초등학교도 채 입학하지 않은 환자들은 부모가 대신 연습한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소아 당뇨병 환자 중 30.3%가 김 양처럼 화장실에서 인슐린을 투약하고 있다. 당뇨병을 앓는 어린이 3명 중 1명은 친구나 교사의 도움 없이 혼자 혈당 검사를 하고 화장실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다. 보건실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경우는 36.4%에 불과했다. 설령 보건실에 간다고 해도 간호 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현행 의료법상 보건 교사는 의사의 처방 없이 인슐린을 주사할 수 없기 때문. 이처럼 설 곳 없는 소아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 정부가 나섰다. 지난 13일 국무조정실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동으로 ‘어린이집, 각급 학교 내 소아 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대상 연례 건강검진을 통해 소아 당뇨병 환자 현황을 조사한다.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은 이를 제출받아 소아 당뇨병 어린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더불어, 특별 관리가 필요한 어린이가 재학 중인 초·중·고에 간호사 등 보조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동시에 소아당뇨병 어린이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한다. 또래 학생들을 상대로 소아 당뇨병에 관한 인식 개선 교육과 홍보도 지원한다. 소아당뇨인 협회 등과 협력해 소아 당뇨병 어린이가 이용하는 교육시설에 우선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유치원 보건 인력도 늘린다. 현재 유치원의 보건 교사 배치율이 0.1%에 불과해 소아 당뇨 어린이의 건강관리에 한계가 있다. 이에 소아당뇨 어린이가 입학하는 100인 이상 유치원에 보건 인력을 우선 배치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협의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발표와 관련해 “보건 교사가 배치된 유치원이 전체 9029곳 가운데 10곳에 불과하고 초·중·고교도 농어촌은 보건 교사 배치율이 50%에 그쳐 소아 당뇨병 어린이의 보호와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며 “각 학교에 소아 당뇨병 어린이의 보호 체계를 구축해 급식, 체육 활동 등 학교 생활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당뇨병 교육 간호사는 소아 당뇨병을 앓는 아이들에게 '정서적 지지'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소심해진 아이들에게 '남들과 다르지 않다', '기죽지 마' 등의 말을 지속적으로 해준다"며 "당뇨병 교육을 여러번 받은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물었을 때 울지 않으려 눈을 부릅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좋은 시설과 교사 충원보다 또래 친구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학교가 우선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