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용 무설탕 음료, 안전성 논란
인공감미료 함유..일부 학자들 “몸에 해롭다” 경고
부산 중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은경(24) 씨는 무설탕 음료만 사 먹는다. 다이어트에 민감한 세대인 박 씨가 무설탕 음료를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는 “무설탕 음료가 살도 덜 찔 것 같고, 몸에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콜라도 제로콜라만 마신다”고 말했다.
최근 무설탕, 제로 칼로리라고 광고하는 음료가 많아지고 있다. 다이어트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설탕도 안 들어 있고 칼로리도 낮은 음료를 즐겨 마신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음료수들 속에는 설탕 대체물인 인공감미료가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인공감미료의 안전성에 대해 학자들과 식약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무설탕 음료라고 광고하는 음료는 탄산음료부터 비타민 음료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음료에는 설탕만 없을 뿐이지 단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있다. 그 이유는 무설탕 음료에서 단맛을 느끼는 것은 설탕 대신 단맛을 내기 위해 넣은 성분들이 들어 있기 때문. 이 성분은 인공감미료로 알려진 ‘액상과당’과 ‘아스파탐’이다.
2012년 4월 6일에 방영된 MBC의 <특집 다큐멘터리-식탁 위의 백색공포(설탕)>편은 바로 이 문제를 다뤘다. 액상과당이란 설탕을 대체하기 위해 더 단맛이 강하고 값이 싼 옥수수 시럽을 가공한 인공감미료인데, 이 방송에서 이화여대 가정의학과 심경원 교수는 “액상과당은 일반 설탕보다 흡수 속도가 굉장히 빨라 혈당이 빨리 올라가게 되고 인슐린이 많이 분비됨으로써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한 이 다큐에서는 2009년 서울대학교 소아청소년과에서 비만아동의 지방간 발생률 조사 결과를 인용했는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7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상과당은 90% 이상이 간에서 해독되며, 간 질환 중 하나인 비알콜성 지방간은 지나친 과당 섭취가 그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조사 결과는 탄산음료와 과일주스에 들어있는 과당이 간을 위협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강한 단맛을 지녔지만, 열량은 200분의 1로 아주 적다. 이는 과자와 막걸리, 탄산음료에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데, 이 또한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이 있다. 2011년 한 SCI 학술지에 실린 영남대학교 생명공학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아스파탐을 고지혈증 환자나 비만인 사람들이 과다섭취할 경우 뇌와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스파탐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식약청 관계자는 “식품에 첨가된 아스파탐의 함유량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어서 안전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이 관계자는 “유럽식품안전국도 아스파탐은 몸속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며 인체 내부에 축적되지 않는다”며 아스파탐에 대한 문제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일반 소비자들이 음료의 영양 성분 목록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목록을 확인하더라도 고객들은 설탕이 없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다.
인공감미료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봤다는 부산 사하구 거주 박용준(25) 씨는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까지는 인공감미료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무설탕 비타민 음료를 자주 먹었는데 속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인공감미료는 음료뿐 아니라 샐러드드레싱, 마시는 요구르트 등에도 들어간다. 이들이 무설탕이고 저칼로리라고 광고해야 다이어트를 위해 샐러드를 먹는 사람들이 이런 제품을 많이 구매하기 때문.
울산 남구의 최선희(22) 씨는 다이어트 음식으로 샐러드를 많이 먹는다. 최 씨는 “샐러드드레싱을 사러 갔는데, 저칼로리 드레싱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게 있었다. 저칼로리가 살이 덜 찔 것 같아서 그 드레싱을 사 먹었다”라고 말했다.
요구르트는 어린아이들이 즐겨 먹는 음료수다. 이 요구르트에는 ‘저칼로리, 무설탕’이라는 말이 붙진 않지만, 부모들은 몸에 좋다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먹인다. 그러나 발효식품인 마시는 요구르트에도 인공감미료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아는 부모는 거의 없다.
경북 포항에 사는 주부 김희선(44) 씨는 “딸에게 요구르트를 한 번에 4~5개 씩 먹인 적도 있는데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말했고, 울산 북구의 이지은(35) 씨도 “인공감미료가 요구르트에 들어갔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액상과당을 요구르트 제품에 사용하는 A회사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유산균은 단 성분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그 성분이 요구르트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단 맛이 나는 액상과당을 설탕 대신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