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하나에 음식 수북.. ‘원 플레이트 식당’이 뜬다
부산 대학가의 한 식당. 깨끗한 인테리어에 뷔페집 마냥 제법 너른 공간을 가진 식당이지만, 주 손님들은 대학가답게 일반인이 아닌 대학생들이다. 그런데 이 식당의 서빙 방식이 독특하다. 손님들이 목살 스테이크나 파스타 등을 주문하면, 커다란 접시 하나에 주문한 음식을 푸짐하게 담아 내준다. 손님 두세 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그래서 한 접시 음식을 시키고 여럿이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이곳이 바로 ‘접시 하나’를 뜻하는 ‘원 플레이트(one plate) 식당’이다.
최근 대학로 주변과 번화가에는 음식 하나를 주문하면 큰 접시 하나에 2~3명이서 먹을 수 있는 양의 식사를 제공하는 ‘원 플레이트 식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한 접시에 평균 1만 8000원에서 2만 3000원 사이 정도의 가격으로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와 샐러드, 목살 스테이크 등을 판매하며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원 플레이트 식당은 최근 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방문해야하는 음식점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나 한 접시를 주문해서 둘이 같이 먹을 수 있어서 젊은 대학생 커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부경대학교에 재학 중인 신대호(23) 씨는 “여자 친구랑 같이 항상 식사를 어디서 할지 항상 고민하잖아요. 그러다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오게 되었는데, 음식도 맛있고 한 접시 시켜 둘이 먹으니 편리해요”라고 말했다.
또한 원 플레이트 식당의 세련되고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은 특히 여성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 거제리에 거주하는 문지수(24) 씨는 평소 친구들과 자주 이곳을 이용하는데 음식도 좋지만 인테리어 때문에 이곳이 끌린다고 한다. 문 씨는 “인테리어가 세련돼서 이곳을 자주 찾아요. 음식점 이곳저곳 사진도 많이 찍게 되는 게 이 집의 특징 중 하나죠”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부산의 대표적인 번화가는 물론 대학가 곳곳에서 원 플레이트 식당이 생겨나고 있다. ‘서가앤쿡,’ ‘허디거디,’ ‘엘킨 더 블랙,’ ‘웨어하우스’ 등의 이국적 이름을 가진 원 플레이트 식당 체인점은 이미 부산 서면에 7곳 이상 생겼으며, 경성대 앞에 5곳, 남포동에 5곳 이상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광안리, 동래, 덕천 등 부산의 도심 곳곳에 많은 체인점이 들어서고 있다.
강예원(22) 씨는 A 원 플레이트 체인점에서 2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베테랑 점원이다. 그는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날마다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강 씨는 “주말이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요즘엔 평일 점심시간에도 손님들이 몰려와서 많이 힘들어요. 인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주 고객층이 젊은 대학생들이다 보니 다소 시끄러워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어 하는 성인들은 꺼려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 음식점들이 유명세를 타다보니, 손님들이 기다려야하는 시간도 길어져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일부에서는 원 플레이트 식당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도 한다. 식당 광고에서는 한 접시에 2~3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표기되어있지만, 사람들이 먹다보면 광고와는 달리 양이 애매하게 부족하다고 한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거주하는 강민아(23) 씨는 원 플레이트 식당에 대해 얄팍한 마케팅에 의존하는 신종 음식 체인점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강 씨는 “막상 원 플레이트 식당에 가보면 둘이서 한 접시 시켜먹는 사람은 한 테이블도 없어요. 둘이 한 접시를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고, 셋이 한 접시를 먹기에는 양이 부족해요. 그래서 셋이서 두 접시를 주문하면 가격은 이미 저렴한 가격도 아니에요. 한 접시의 애매한 음식량으로 손님을 현혹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신모(23) 씨도 원 플레이트 식당을 이용할 때면 꼭 한 접시와 두 접시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양도 애매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셋이 와서 두 접시를 주문하는 추세이다 보니, 한 접시를 주문하면 직원들이 눈치도 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신 씨는 초반 사람을 끌지만 오래는 못 갈 것 같은 문제가 보여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