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침범 안돼~”...횡단보도 집중단속 중

시민들은 박수...일부 운전자는 "억울하다" 경찰과 실랑이

2013-12-20     취재기자 강민아

“운전자님, 정지선 밟으셨습니다.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0점을 부과하겠습니다.”
“정말 몰랐어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안됩니다. 정지선 단속이 강화된 것 모르세요?”

요즘 들어 시내 곳곳에서 교통경찰과 운전자들 사이에 이런 시비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부산 연산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강동훈(26) 씨는 차를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 정지선을 밟고 신호대기했다는 이유로 경찰로부터 범칙금과 벌점을 받았다. 강 씨는 “신호가 바뀔 듯 말듯 해서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횡단보도를 밟아버렸다”며 “절대 고의로 밟은 것이 아닌데 범칙금에 벌점까지 받아 억울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경찰이 운전자들의 횡단보도 정지선 단속을 강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경찰청이 신호대기하는 차량이 회단보도를 침범하기 때문에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돼 횡단보도 침범 행위를 중점 단속하는 것이다. 서울 경찰청을 필두로 각 지역 경찰청들이 발 벗고 나서서 정지선 단속을 보다 엄격히 시행하고 있다. 보행자들은 이를 반기는 기색이지만 운전자들은 불만스런 눈치다.

경찰청 지침에 따르면, 자동차 앞 범퍼가 횡단보도로부터 약 1.5m 앞에 그어져 있는 흰색 실선의 끝 부분을 넘을 때와, 교차로에서 자동차의 앞 범퍼가 주행선 끝 지점에 있는 흰색 실선을 넘을 때 단속 대상이 된다. 이때, 도로교통법 ‘보행자 보호 의무 규정’ 위반에 따라 승용차의 경우, 범칙금 6만원과 최고 15점의 벌점이 부과된다. 또 신호에 상관없이 횡단보도 위에 정차해 보행자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도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이 규정은 오래 전부터 법률에 명시돼 있었지만 최근까지는 제대로 규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에는 정지선 위반 차량들이 보행자에게 신체적 피해를 입히거나 다른 차량과 접촉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지선 위반 차량의 위험성이 점차 심해지자 ‘사고 예방’ 차원에서 정지선 단속이 강화된 것이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월 1일 전국적으로 경찰이 정지선 단속을 집중적으로 한 결과, 불과 하루 만에 교통방해 514건, 끼어들기 277건, 신호위반 258건 등 약 1600여 건의 정지선 위반 차량을 잡아냈다.

경찰은 앞으로 교통경찰과 기동대 등 50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여 매주 1회 교통질서 확립의 날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의 정지선 준수율은 약 33%였지만,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자, 정지선 준수율이 64%까지 상승했다”며 “운전자들이 정지선을 준수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지켜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부산지방경찰청 교통과 최철호 씨는 “아직까지 단속하는 경찰관 인원과 운전자들의 의지에 따라 위반 건수 수치는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단속 수치로 현재의 교통상황이 많이 개선되었는지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로 걸어 다니는 시민들은 경찰청의 정지선 단속 발표와 단속 강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부산 대신동에 거주하는 윤진주 (24) 씨는 일부 운전자들의 이기적인 운전 습관을 더 이상 안 볼 수 있게 되어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윤 씨는 “운전자들이 신호를 무시하고 빨리 지나가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횡단보도 중앙에 멈춰서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이런 얌체 운전자들을 더 엄격하게 단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불만이 많았다. 부산 기장에 거주하는 장동혁(25) 씨는 신호에 걸려 급하게 차를 정지하는 것은 운전자들에게도 위험한 상황이라 했다. 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안된 장 씨는 집과 학교가 멀어 차를 운전해 매일 등하교를 한다. 장 씨는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멀리 떨어져 있는 도로의 경우, 녹색신호를 받으면 멈춰야할지 계속 가야할지 갈등한다고 했다. 장 씨는 “횡단보도 바로 위에 신호등이 있으면 정지선에 멈추기가 훨씬 수월하고 운전자 입장에서도 안전하다. 하지만 신호등이 횡단보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멈춰야 할지 아니면 빨리 지나가야 할지 망설이다가 급정거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신호를 받고 갑자기 멈췄다가 뒤에서 달리던 차와 사고가 나진 않을지 걱정도 된다”고 했다.

경찰이 충분한 홍보도 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단속을 시작한 점도 운전자들의 불만사항 중 하나다. 직장인 박태성(25) 씨는 “경찰 측에선 30일 발표만 하고 바로 단속을 하니 혼란스럽고, 운전자 입장에서 불쾌한 마음도 들었다. 일각에선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고 단속을 더 강화하고 있다는 말도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 부산지방경찰청은 ‘교통질서확립계획’에 따라 정지선은 물론 대대적인 교통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유턴 위반, 주정차 위반, 고속도로 갓길, 전용차로 통행위반, 이륜차 인도 주행 등이 주요 단속 대상이다. 또한 캠코더 전담 부대를 운영하여 시내 교차로에 캠코더를 설치해 캠코더 영상 단속도 실시한다. 경찰의 힘만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교통질서가 정착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 부산청은 시민 영상 신고도 활성화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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