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현실에 충실하라), 아모르 파티(네 운명을 사랑하라)"...소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뭉클한 메시지
부산시 진구 황혜리
"단 하루만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이 사소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엘리엇은 외과의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고 남부럽지 않은 부를 축적했다. 폐암 말기 선고를 받은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바로 옆에는 둘도 없는 친구 매트와 끔찍하게 아끼는 예쁜 딸까지 두었으니, 죽음 앞에서도 그는 이만하면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그에겐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단 하루도 잊지 못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일리나. 엘리엇의 첫사랑이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그녀를 그리며 살아가던 엘리엇은 정말 기적처럼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법의 알약을 얻는다. 약을 먹은 후 잠이 들면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만약, 이 알약을 먹고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일리나가 죽었던 그 날로 돌아가 그녀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이 소설은 줄거리가 진행된다. 사실 그동안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타임 리프(time leap)를 소재로 한 내용은 수도 없이 많다. 대개의 전형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다른 연인들처럼 평범한 사랑을 하던 두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두 사람은 어느 날 다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갑작스런 여자의 죽음 이후, 남자는 그녀를 더 사랑해주지 못함을 후회한다. 그러다 우연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단 하루의 기회가 생기고 그녀가 죽던 그 날로 돌아가 그녀와 함께 최고의 하루를 보낸 뒤 그녀 대신 자신이 죽는 것을 택한다.
이 책도 시간을 되돌리면서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외괴의사인 주인공이 의료봉사를 갔다가 병을 고쳐준 대가로 캄보디아 작은 마을의 촌장으로부터 받은 알약 10개와 그 알약을 먹으면 30년 전 오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만화 같은 타임 리프의 시작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자신에게 머지않아 일리나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린다. 기존의 타임 리프 스토리들은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바꾸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엘리엇의 현재 딸은 일리나가 죽은 후에 만난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일리나의 죽음을 막을 경우, 그의 딸은 미래에서 사라지게 된다. 바로 여기서 주인공의 갈등이 시작된다. 과거의 엘리엇은 일리나를 살리기를 원한다. 현재의 엘리엇은 일리나를 정말 사랑하지만, 자신의 딸도 포기할 순 없다.
사실 중반부까지는 그저 쉽게 읽히고,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할 법한 가벼운 소설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부터는 이야기에 무섭게 빨려들어 결국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실제로 지난 2016년 12월 한국에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상영됐다) 머릿속에서는 아름다운 배경을 따라 30년 전과 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기욤 뮈소의 책을 읽다보면, 사랑과 인생,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곤 한다. 시간의 소중함,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이 거룩한 메시지가 되어 독자들에게 뭉클하게 다가온다.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소설이 던지고 있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 무엇을 바로잡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결국 독자들에게 과거와 미래에 얽매여 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그리고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