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어 보감~”, 청소년 은어 ‘급식체’ 따라하기 열풍

tvN 등 방송 프로그램·광고서도 패러디...무분별 사용엔 우려 목소리도 / 권지민 기자

2018-11-25     취재기자 권지민
부산 진구 부전동에 사는 황주영(23) 씨는 요즘 “동의?”, “어 보감~” 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동의하니?”, “응, 동의해”란 뜻이다. 배우 박보검이 모델로 나오는 한 피자 업체의 선전 문구에서 파생됐다. 전체적으로 허준의 한의학 고전 '동의보감'을 연상시키는 문구다. 황 씨가 이런 말장난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글을 접하고나서부터. 황 씨는 “'젊어지는 법'이라는 게시글을 통해 '급식체'를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친구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 자주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급식체’ 은어가 청소년층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급식체는 ‘급식을 먹는 10대 학생들이 쓰는 은어’를 지칭한다. 지난 2015년 일부 학생들이 커뮤니티에서 쓰던 말이 SNS를 통해 퍼져 신조어로 자리 잡게 됐다. 급식체는 ‘ㅇㅈ? ㅇ ㅇㅈ~(인정? 어 인정~)’과 같은 자문자답 형식과 ‘지렸고요 오졌고요 고요고요고요한 밤이고요’와 같이 비슷한 형태의 말을 나열하는 형식을 주로 사용한다.
병맛 더빙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버 ‘장삐쭈’의 영상은 대표적인 급식체 콘텐츠다. 장삐쭈의 급식체 더빙 영상은 현실을 반영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현재 약 57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최근 tvN의 <SNL>에 더빙으로 출연해 드라마 <미생>을 패러디한 ‘급식생’에서 ‘머머리 부장님(대머리 부장님)’, 대리(머리)‘ 등 글자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를 사용한 급식체를 선보였다. 이에 네티즌들은 “ㅋㅋㅋㅋㅋㅋ진짜 웃기다”, “장삐쭈를 <SNL> 고정으로!”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부산시 북구 만덕동에 사는 김지현(23) 씨도 최근 급식체에 빠져 공부를 시작했다. 김 씨는 “친구들이 쓰는 급식체를 알아듣지 못하니 유행에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급식체 ‘열공’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는 “급식체를 잘 사용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어렵다. 최근에는 외사촌 동생에게 연락해 진짜 급식이들(고등학생)과 이야기를 해보고 있다”며 급식체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최근 <SNL 9>에서 방영된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을 통해서도 급식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은 총 5주에 걸쳐 방영됐으며, 각종 인기 드라마, 영화, 만화의 한 부분을 급식체로 바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또, 50~60대의 어른들이 급식체 특강을 들으며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려 하지만, 10대들의 유행이 빠르게 변해 그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줘 공감을 일으켰다. 이같은 급식체 유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급식체 중 포르노 영상에서 유래한 “앙 기모띠”, 어머니를 비하하는 “응~느금마(너희 엄마)” 등 외설적, 패륜적인 단어들이 있으나, 뜻을 모르고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사는 남희윤(21) 씨는 “뜻도 모르고 그런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것 같아 거북하다"며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난무해 대화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며 급식체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와중에도 급식체를 이용한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인정? 어 인정~’의 파생어로 ‘동휘? 어 보검~’이 유행하면서, 배우 박보검이 모델로 있는 도미노 피자에서도 급식체를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도미노 피자는 박보검의 이름을 이용해 "지금 주문하면 반값할인 동의? 어, 보검"과 같은 친숙한 문구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외에도 페이스북 페이지 ‘C Channel’, ‘스브스 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급식체를 이용해 마케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