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내건 프리허그 운동, "근데 어! 수상하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성 헌팅, 스킨십 수단으로 변질

2014-01-03     취재기자 조나리

삭막한 현대 사회 속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영혼의 위로를 주기 위해 시작된 프리허그 (FREE HUG)운동이 최근 중고등학생 청소년들 사이에서 놀이처럼 변질되고 있다. 이성을 만나기 위한 헌팅의 목적으로 프리허그를 하는가 하면 단지 이성을 한 번 안아보겠다는 학생들도 있어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해 12 29일 광복동 트리축제 무대 앞. 연말연시를 맞아 연인, 친구, 가족의 손을 잡고 축제를 방문한 시민들 사이로 동물 옷을 입고 우르르 몰려 있는 청소년들이 눈에 띈다. 중고생들의 유니폼이라 불리는 노스페이스점퍼를 입은 학생들부터 추운 날씨에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인 여학생, 요란하게 동물 캐릭터 의상을 입고 있는 학생들까지, 한 눈에 봐도 어린 학생인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손에 들고 있는 것은 ‘FREE HUG(프리 허그)’라고 적혀 있는 종이 피켓이다.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 프리허그 무리들 사이로 기자가 들어가자 여기저기에서 먼저 다가와 관심을 보였다. 그 중 오빠 앵겨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여학생에게 프리허그를 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이제 중3이 된다는 차모 양은 학교 축제 때 공연을 했는데 그 사진의 (페이스북) ‘좋아요 100건이 넘으면 광복동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해서 약속을 지키러 왔다고 말했다. 흔히 연예인들이 시청률이 넘어가면 시내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공약을 거는 것과 비슷했다. 함께 있던 여학생 김모 양은 재밌기도 하고 추억을 쌓는 의미라며 친구의 설명을 보충했다.

그때 노란 패딩 점퍼를 입은 남학생이 갑자기 나타나 취재 중이던 여자인 기자를 와락 안았다. 기자가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자, 그 학생은 멋쩍어서였는지 아니면 의도적이었는지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지켜보던 다른 남학생이 조심스레 기자에게 프리허그 하실래요?”라고 물었지만 좀 전의 일방적인 포옹으로 당황했던 기자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남학생은 계속 기자 곁을 떠나지 않았다. 물어보니 2년 전부터 프리허그를 시작한 ‘23세의 원로멤버라고 한다. 그는 프리허그의 취지를 잘 알고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그의 대답 역시 외로워서 나왔다였다. 그 뒤로는 나이가 몇 살이예요?”, “남자 친구는 있어요?” 등의 개인적인 질문들이 뒤따랐다. 옆 무리에는 동물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한 프리허그 참가자의 말에 따르면, 귀여운 캐릭터 옷이나 동물 옷을 입어야지 프리허그가 더 잘 된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안아 주기위한 프리허그인지 안아 보기위한 프리허그인지 헷갈렸다.

이렇게 요란스러운 프리허그에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이날 트리 축제에 온 김정훈(31.직장인) 씨는 “(어린 학생들이) 프리허그를 빌미로 즉석 만남을 하는 것 같아 보기 안 좋았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당일 남자 친구와 함께 서면을 찾았다는 백민경(24.직장인) 씨는 크리스마스여서인지 프리허그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거리가 혼잡했다프리허그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성을 찾는데 더 집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저녁 7시경 서면 쥬디스태화 근처에 프리허그를 하러 나온 중고등생들로 거리가 혼잡해져 경찰이 교통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부산진경찰서 서면지구대 관계자는 “프리허그 때문에 성추행 사건이나 청소년 비행 사건 등이 발생한 적은 아직 없지만 무분별한 프리허그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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