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화 신제품 사려 닷새전부터 캠핑 줄서기

한정판매 전략으로 마니아들 유혹,,,되팔기 장사꾼까지 등장

2014-01-20     취재기자 도근구

“자! 앞에 번호표 순서대로 출석 부를게요. 2번 OOO 씨!”
“예! 저 여기 있어요! 으...추워라.”
“자, 다음 3번 OOO 씨...없어요? 없으면 번호 넘어갈게요. 4번 OOO씨!”

지난 해 12월 16일 새벽 12시. 입김이 풀풀 나오는 영하의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한 나이키 매장 앞에는 약 100여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한 사람이 나와 한 명 한명 이름을 부르며 출석을 체크한다. 왜 이들은 여기에 모여 있는 걸까? 왜 이 사람들은 출석을 체크하는 걸까?

나이키 사는 2013년 12월 21일 조던의 농구화 에어조던11 상품 3500족을 전국 각 매장에서 한정으로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가 나가자마자, 판매 5일 전인 이날 26일부터 조던11 농구화 매니아들이 전국의 각 매장 앞에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각 매장에서 판매하는 조던11 농구화는 몇 십 족이 안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먼저 구입하려면 5일 전이라도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5일 내내 줄을 서서 판매일까지 기다릴 수가 있을까? 그 해답은 기상천외하게 캠핑이었다. 줄서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캠핑 도구를 가지고 밤이 되면 텐트를 치고 비박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집착하는 상품은 NBA의 전설적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딴 에어 조던 시리즈 농구화다. 조던이 은퇴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의 농구화 인기는 아직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에어 조던11 시리즈 농구화는 처음 발매된 지 1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젊은층 마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 발매된 제품은 투명한 파란색 밑창을 가진 감마블루 제품으로 조던의 현역 시절에는 나오지 않았던 색상을 지녀 소장 가치가 높기 때문에 발매 전부터 마니아들의 화제를 모았다.

또한 권지용, 고준희, 데프콘 등 유명 연예인들이 에어 조던 농구화를 패션용으로 신으면서부터 젊은이들의 관심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어떤 마니아들은 신발 사이즈에 상관없이 무조건 나오면 사기도 한다. 물론 신지 않고 소장만 하기 위해서다.

어른들은 에어 조던 농구화 열기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부 젊은이들의 광기에 가까운 애착은 신제품을 사기 위해 몇날 며칠을 지새우는 캠핑족을 탄생시켰다. 처음에 마니아들은 텐트에서 줄곧 잠을 자면서까지 한정 판매되는 에어 조던 농구화를 가지려고 판매 며칠 전부터 줄을 지켰다. 요즘 이들 캠핑족들은 서로 합의하에 윈윈할 수 있는 암묵적인 규칙을 정했다. 캠핑에 참여하는 사람들 전체 인원은 대개 그 매장에 할당된 한정 판매 족수 전후가 된다. 이들은 모두 모여 이름을 적고 줄을 선 순위를 정한다. 그리고 대개 4시간 간격으로 출석을 체크하기로 한다. 그 시간에 자리에 없으면 그 순위를 잃게 된다. 이런 출석체크는 판매일까지 계속되는데, 캠핑족들은 출석 체크 시간을 맞추기 위해 텐트를 칠 수도 있고,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한다. 최근 캠핑족은 많이 줄었지만, 이 진풍경을 만들내는 에어 조던 농구화 마니아들은 자기들을 캠핑족이라고 여전히 부른다.

이번에 발매된 에어조던 11 감마블루는 부산에서는 부산대 매장에서 120족이 판매될 예정이었고, 덕천 나이키 매장에서는 42족이 판매될 예정이었다. 덕천 매장에는 판매되는 신발 족수보다 많은 44명이 캠핑에 참여했으며, 부산대 매장에는 109명이 참가했다.

높은 경쟁률 속에서 구매에 성공한 대학생 김하운(24) 씨의 표정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김 씨는 “다행히 기말고사도 끝났고, 평소에 좋아하던 신발 시리즈라서 큰 맘 먹고 캠핑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저는 이틀 전부터 참여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고생도 했지만, 이렇게 상품을 손에 넣게 되니 너무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추위 속에서 에어조던을 손에 넣은 마니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구매에 실패한 일부 사람들은 상품을 사지 못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구매 희망은 있다. 이들 상품을 사서 비싸게 팔 요량으로 캠핑족에 참여한 리셀러들이 있기 때문이다.

리셀러들은 캠핑에 참여하여 정가에 물건을 구매한 뒤 비싼 가격으로 되판다. 인기가 높은 에어 조던 신제품은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라도 구매를 원하기 때문에 가격이 며칠 만에 두 배가 넘게 치솟는다. 이 점을 리셀러들이 노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에어 조던 농구화 마니아들은 리셀러들을 원수처럼 여긴다. 에어 조던 마니아 김동훈(29) 씨는 “21일 에어 조던 11을 사기 위해서 28일 회사에 연차까지 냈는데, 구매에 실패했습니다. 조던 신발은 내게 단지 패션 농구화가 아니라 어릴 적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인데, 리셀러들 때문에 못산 것 같아 안타깝네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마니아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에어 조던 농구화를 판매하는 나이키 사 측에서는 리셀러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 사람에게 한 족만을 판매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리셀러들은 지인까지 동원해서 여러 족을 구매하는 수법을 쓴다.

한 나이키 매장에서 근무하는 박모(26) 씨는 "본사는 마케팅을 이유로 한정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1년에 두세 번 정도 이런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며칠 밤을 새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도 힘들어 죽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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