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마케팅의 실상...인터넷 검색 맛집·여행지·상품평 과연 믿을 수 있나?

원고료 지급 업체 눈치 때문에 두루뭉술 표현, 솔직한 체험 후기 올리면 업체가 막기도 / 김예지 기자

2017-12-01     취재기자 김예지
예약 문화가 정착되면서 무작정 음식점을 방문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식사 약속을 잡으면 스마트폰을 켜 포털 사이트에 ‘장소+맛집’을 검색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음식점에 대한 블로거의 추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퇴사 기념으로 부산에 여행 온 김희정(27, 전북 익산시) 씨는 며칠 전부터 ‘부산 가볼 만한 곳’, ‘부산 맛집’, ‘여자 혼자 부산’ 등을 검색했다. 그의 수첩에는 검색의 기록들이 빼곡했다. 김 씨는 “오랜만에 친구도 만날 겸 여행을 왔는데 여행지에서 나쁜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다”며 “다른 사람들이 '좋았다'고 한 평가한 곳은 실패 확률이 낮을 것 같아 블로그 후기들을 보고 리스트를 뽑았다”고 자신만만했다. 안타깝게도 김 씨의 여행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줄을 서서 먹는다던 돼지국밥집은 길을 가다 우연히 들른 국밥집과 별 차이가 없었다. 블로거가 아늑하다고 극찬하던 게스트 하우스는 사진보다 훨씬 좁고,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았다. 한 블로거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체험하고 내가 느낀 그대로 좋았던 점과 개선이 필요한 점을 모두 썼다가 업체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아서 글을 지운 적 있다”며 “만약 10명의 블로거 중 7명이 별로였다고 말하고, 3명만이 좋았다고 말을 해도 별로라는 후기를 남긴 7명의 글은 지워져 좋았다는 글 3개만 남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과거 ‘ㅇㅇㅇ 오빠랑’이 무분별한 블로그 홍보 글의 필터링 역할을 했지만, 그마저도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예전과 같은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이는 비단 맛집으로 대박이 나길 원하는 음식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병원, 학원, 헬스장, 여행지 등 일상 전반에 걸쳐 블로그의 거짓 정보와 추천이 난무하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은 ‘업체 냄새가 나지 않는’ 글을 작성해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적게는 2000원부터 많게는 5만 원까지 포스팅 한 건당 원고료를 지급한다. 때로는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는 블로그를 구입하기도 한다. 과거 블로그를 이용했던 김모(25, 부산시 남구) 씨는 전체 방문자 수 3만 명 정도의 블로그를 50만 원에 거래하자는 쪽지를 받기도 했다. 도가 지나쳐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이모(30) 씨 등 3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모 온라인 광고대행사 대표 A(36) 씨 등 45명은 표시광고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 씨 등은 2015년 11월부터 1년 간 7만여 건의 N 포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메신저나 메일을 통해 판매, 유통했다.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83개 광고 대행업체 등으로부터 모두 2억 6000여 만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제 곧 4년 차가 되는 블로거 A 씨는 "포털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광고성 블로거를 필터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진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포털 사이트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 그는 "결국 '돈'으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제대로 된 관리를 안 하는 건 무책임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