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디자인으로 범죄율 낮춘다
부산 경찰, 관내 16개 소에 '셉티드 행복마을' 조성
푸른 가로등과 범죄율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2000년 영국의 글래스고시(市)는 도시 경관을 위해 주황빛 가로등을 푸른 빛으로 바꿨다. 그러자 쇼핑가와 윤락가가 즐비해 치안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 도시의 범죄율이 크게 감소했다. 푸른 색이 사람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차분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의 나라현(縣)에서도 푸른 가로등을 설치해 범죄율이 30%가량 낮아지는 결과를 얻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서울 일부 지역과 천안 등에서 가로등 색을 푸른빛으로 바꾸고 있다.
푸른 가로등, CCTV, 거리 곳곳에 있는 식물 등은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 즉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기법들이다. 셉테드는 범죄자와 피해자, 취약한 환경조건이라는 3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에 주목해, 도시환경설계를 통해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는 선진국형 예방기법이다. 이미 영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건축 단계에서 셉테드를 도입하고 제대로 반영됐는지 인증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범죄 예방을 중점적으로 디자인된 마을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6일 부산 경찰은 전국 최초로 부산지역 16곳에 ‘셉테드(CPTED) 행복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지역은 구군별로 1개소씩 선정돼 총 16개소로, 강˙절도, 성폭력범죄 발생 및 112신고 건수가 많고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범죄 취약 지역이다.
대상 지역은 동구 자성대파출소, 진구 전포파출소, 남구 용암지구대, 중구 보수파출소, 동래구 내성지구대, 영도구 영선지구대, 서구 송도지구대, 수영구 광민지구대, 해운대구 반송파출소, 사상구 감전지구대, 금정구 부곡지구대, 사하구 하단지구대, 연제구 토곡지구대, 강서구 강동파출소, 북구 금곡파출소, 기장군 기장지구대 인근지역이다.
부산경찰은 선정된 셉테드 행복마을 전 지역에 ‘치안올레길’을 조성하고 ‘방범벽화 그리기 사업’을 추진해 밝고 깨끗한 도시환경을 통해 범죄심리를 억제할 계획이다. 또 행복마을 주요 길목을 중심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체형과 신체 이미지, 비명소리 등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갖춘 지능형 CCTV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통합관제센터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24시간 범죄를 감시하고 주민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치안 사각지대 및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나홀로 아동 가정등에는 112비상벨을 설치해 112종합상황실과 핫라인을 가동하고 여성이 거주하는 원룸이나 옥탑방 등에는 방범창, 이중잠금열쇠, 경보기 등을 설치한다. 마을 내 범초소를 신설해 경찰 및 자율방범대 거점장소와 NGO와 연계한 상담소로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안전한 마을을 위한 주민들의 참여도 높다. 주민들은 경찰서별로 어머니폴리스를 구성해 경찰, 자율방범대와 함께 순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통, 반장 집을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해 어린이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 경찰은 “범죄 취약지역이 안전지대로 탈바꿈함은 물론 이를 통해 부산시 전체가 안전해지는 나비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