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발전하려면 젊은 세대의 감각 받아들여야"
미래의 언론인들이 지역 신문을 말하다...2017 지역 신문 컨퍼런스 공모전 대상·금상 수상자 인터뷰 / 신예진 기자
최근 지역신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 활성화와 지역 공동체 형성을 위해선 지역민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지역신문이 지역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 특히 최근 문재인 정부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지방 분권과 개헌의 의지를 비친 만큼 지역신문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시기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대학생들이 지역신문 활성화 방안 및 지역신문의 미래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공모전인 2017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학생 ’미래 기자의 눈’'이 지난 11월 10일 개최된 바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최한 것.
이번 행사에서 경성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신문방송 전공 소속의 두 팀이 대상·금상을 각각 수상한 쾌거를 이뤘다. ‘EYEDEAR’팀 소속 김수정(22) 씨, 김지언(22) 씨, 박찬영(22) 씨가 대상을, ‘필라멘트’ 팀 소속 김유리(22) 씨, 김유진(22) 씨, 손은주(22) 씨가 금상을 차지했다. 전국 규모의 경쟁 공모전에서 한 학과 소속 팀이 대회 1, 2등을 모두 차지하는 경우는 드물며, 이 대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본지는 지난 1일 경성대학교에서 이번 수상자들을 만났다. 지역신문의 미래를 책임질 예비 언론인인 이들은 인터뷰 내내 “대학생들이 젊은 시각으로 제시한 아이디어가 실제로 지역신문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지역신문 도약과 아이디어 상용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아래는 ‘EYEDEAR’팀 소속 김수정 씨, 박찬영 씨, ‘필라멘트’ 팀 소속 손은주 씨와의 방담.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 평소 지역신문에 대한 관심이 높았나 봅니다. 지역신문 컨퍼런스 공모전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공모전 준비하며 힘든 점도 분명 있었을 텐데요.
김수정(이하 김)– 신문방송학과 전공 수업 시간에 양혜승 교수님께서 “이런 대회도 있다”며 소개해 주셔서 참가하게 됐습니다. 성과를 내는 학생들에게 좋은 점수를 줄 것이라 약속도 하셨죠. 만약 수상한다면, 높은 전공 점수와 제 스펙을 동시에 쌓는 일석이조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손은주(이하 손) – 그렇습니다. 결국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들과 경쟁한 셈이 됐죠. 그러나 저희는 서로 돕는 품앗이를 하며 즐겁게 공모전을 준비했어요. 옆 팀이 준비하던 샘플 도안도 같이 만들었어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저희 팀은 큰 욕심이 없었습니다. 참가하는 데 의의를 뒀죠.
박찬영(이하 박) -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었습니다. 공모전 정보를 받은 것도 감사한데, 교수님이 공모전에 준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주셨거든요. 덕분에 친구들 앞에서 모의 PT 연습할 기회도 가졌습니다. 작년에 장관상(1등상)을 받은 선배들의 팁을 얻기도 했죠.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교수님의 말씀이 "청중이 알아듣지 못하면 좋은 아이디어라도 쓸모가 없다"는 것이에요. 이 조언을 듣고 5개였던 아이디어를 3개로 줄였죠.
이번 공모전에서 ‘EYEDEAR’팀은 'MY NEWSPAPER'라는 맞춤형 지역신문을, ‘필라멘트’팀은 ‘늘 곁에 찾아가는 신문’이라는 접근성 높은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각 팀의 세부 아이디어를 소개해주세요.
박 - ‘EYEDEAR’팀은 독자 맞춤형 지역신문을 준비했습니다. 나만의, 우리 지역만의 신문을 만든다는 것이죠. 독자가 기사 사진을 색칠하고 소장할 수 있는 컬러링 부산, 문화해설사가 들려주는 우리 지역 이야기, 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듣고 볼 수 있는 뉴스 플레이어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아이디어로 내보였습니다.
손 - ‘필라멘트’팀은 ‘늘 곁에 찾아가는 신문’이라는 주제를 잡았습니다. 독자들이 필요로 한다면 지역신문은 항상 그 곁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미죠. 언제 어디서나 신문을 구매하고 읽을 수 있는 포켓신문,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컵홀더를 통한 지역신문 홍보, 지역의 잘못된 정보들을 발 빠르게 팩트체크 해주는 리얼부산 등을 아이디어로 제시했습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공모전 PT 경쟁 당시 심사위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얻는데 어렵지는 않았나요.
김 – ‘취재보도’ 수업과 ‘시빅뉴스 인턴’ 등으로 미리 기자 경험을 해본 점이 아이디어를 얻는 데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기자이자 독자의 시각을 아이디어에 담았죠. 제가 시빅뉴스 인턴으로 근무하며, 부산 청사포 전망대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취재 당시 정보가 부족해 애를 먹었습니다. 지역민이라고 모든 정보를 꿰뚫진 않으니까요. 여기서 EYEDAER팀의 ‘지역 해설자’ 아이디어가 탄생했습니다. 지역 해설자가 지역 명소 등의 기사를 재미있게 풀어간다면 기사의 질도 높이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박 - EYEDAER 팀의 MY NEWSPAPER은 지난해 유행했던 물병 중 하나인 ‘마이보틀’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입니다. 내가 만든 작품을 오래 소장하고픈 심리는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저희가 제시한 ‘컬러링북’ 아이디어도 여기에서 시작했습니다. 지역 명소, 행사 등 특정한 기사 사진을 도안화해 독자들이 직접 색을 입혀 하나의 작품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독자들의 흥미 유발과 더불어 소장까지 이어지길 기대했습니다.
손 – 필라멘트 팀의 아이디어는 사실 제가 평소 바라던 신문의 모습을 떠올린 것입니다. 평소 기숙사에 거주하다 보니 종이신문을 꾸준히 구독하기가 번거롭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던 차였죠. 구독료도 부담됐고, 휴대하기도 불편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편의점, 서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고 휴대하기도 쉬운 ‘포켓신문’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누구나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신문을 읽을 수 있게 말이죠.
수정 씨와 은주 씨가 각각 EYEDEAR 팀과 필라멘트 팀의 PT 발표자셨죠? 긴장하셨겠는데요.
김 - PT 발표를 하는 날은 정말 떨려서 물만 계속 마셨습니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데 손이 어찌나 떨리던지. 그래도 심사위원분들과 열심히 아이컨택을 한 덕분인지 다들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발표를 봐주셨습니다. 질문 시간에도 심사위원분들이 저희 팀에 많은 질문을 던지셔서 예감이 좋았죠. 지인들은 ‘압박 면접’인 줄 알았다고 웃었지만요. 발표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는데 상을 탈 것 같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어요.
손- 워낙 경쟁자가 쟁쟁해서 마음을 내려놓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떨지도 않았죠. EYEDEAR 팀과는 달리, 저는 발표 내내 탈락을 생각했습니다. 심사위원분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거든요. 덕분에 더 대담하게 하고 싶은 말을 무대에 쏟아붓고 왔지만요. 아마 제가 말할 때 제스쳐를 많이 쓰는 습관이 PT 발표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분들에게 호소력 있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거든요.
세분 다 한국 언론의 미래를 책임질 예비 언론인이라지요. 김수정 씨는 아나운서, 박찬영 씨는 방송작가, 손은주 씨는 방송기자를 희망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비 언론인으로서 지역신문 컨퍼런스 공모전을 준비하며 느낀 점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손 - 올해로 지역신문 컨퍼런스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학생 공모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합니다. 저희도 이번 공모전을 교수님 덕분에 처음 접하게 됐으니까요. 이렇게 지역신문 발전을 위해 논의하는 자리가 자주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인, 일반인들까지요. 지역신문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 - 저희가 낸 다양한 아이디어가 현실화돼 지역신문의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심사위원들께서 자주 하신 말씀이 “아이디어는 좋은데 이게 가능할까요?”였어요. 오기일 수 있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신문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덕분에 나온 아이디어들이죠. 지역 대학생들이 참된 언론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역신문을 놓고 깊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어른들께서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김 - 대학생의 눈으로 보는 우리나라 언론은 보수적입니다. 신문의 틀이 일정하지요. 일각에서는 ‘언론이 젊어져야 한다’고 외칩니다.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독자이지만 동시에 미래 언론인 지망생으로서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팀원들과 진지하게 논의했습니다. 젊은 세대의 감각을 믿고 기성세대가 그 틀을 깨길 바랍니다. 그것이 지역신문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