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인플레..만 원짜리 몇 장 줘도 '시큰둥'

아이들, 서로 "많이 받았다" 자랑하며 위화감 조성

2015-01-30     취재기자 조나리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 명절 음식과 차례, 새해 덕담들로 온 가족이 훈훈해지는 설이지만,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세뱃돈이다. 특히 5만원 권의 등장으로, 아이들의 기대는 더욱 높아져 ‘세뱃돈 인플레이션’ 현상까지 빚고 있다.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는 세뱃돈 평균 금액을 묻는 질문이나 설문조사 결과 등이 올라오면서 아이들에게 적당한 용돈을 주기 위한 노력들이 줄 잇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용돈을 경우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부산 우암초등학교 6학년 주성은(13) 양은 올 설을 유난히 기다리고 있다. 올해 중학생이 되서 용돈이 조금 더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주 양이 보통 설날에 받은 용돈은 10만원 안팎으로 다른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 적은 편에 속했지만 올해는 10만원이 거뜬히 넘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중등 종합학원 브랜드 '비상 아이비츠'가 중학생 20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받은 세뱃돈 총액이 ‘1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52%(1,056명)으로 가장 많았고, 5~10만원이 27%(554명), 3~5만원이 12%(237명), 1~3만원이 5%(106명), 1만원 미만이 3%(69명)의 순이었다. 자신의 세뱃돈 액수에 대해서는 10만원 이상의 용돈을 받은 중학생의 64%는 ‘아주 만족’ 또는 ‘만족하는 편’이라고 답했지만, 1만원 이하를 받은 학생들의 48%는 ‘아주 불만족’이거나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받는 용돈의 절대적인 금액이 만족과 불만족의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명절 이후 서로의 용돈을 자랑하거나 비교하는 상대적인 측면 역시 세뱃돈에 대한 만족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같은 나이, 같은 반인데도 용돈을 받는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용돈을 적게 받는 아이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이다. 부산 남구 대천초등학교 5학년 김은아(12) 양은 “저는 항상 세뱃돈을 적게 받아서 10만원도 안 되는 데요, 다른 친구들은 보통 10만원이 넘어요”라고 말했다. 김 양은 “솔직히 저보다 많이 받은 친구들을 보면 부럽고 나도 더 많이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초등학생인데도 불구하고 30~40만원씩 고액의 용돈을 받는 아이들이 그 반에서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눅이 드는 학생들도 있다. 주성은 양은 “많지는 않지만 40만원 정도 용돈을 받는 애들이 반에 3~4명씩 있어요. 그런 애들 보면 ‘쟤네 집은 잘 사는구나, 부자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주 양은 또 “저는 그래도 10만원 정도 평균치의 세뱃돈을 받아서 괜찮은데, 친구들 중에 평소에는 활발한데 이럴 때만 되면 가정 형편이 안 좋은지 말이 없어지는 아이들이 있어요”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중고등학생은 더 심하다. 올해 대학생이 되는 강모 군은 “중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 한 명은 세뱃돈을 450만원을 받기도 했는데, 그 친구는 친척 어른 한 사람에게 50만원씩 받는다고 들었다. 나나 다른 친구들의 경우는 다 합해서 20~30만원을 받는데, 친구지만 이럴 때면 그 친구가 다른 세계 사람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도 모르게 그렇게 돈을 많이 받았으면 한턱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기대를 하게 돼 실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마다 다른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 금액을 전체적으로 맞추기는 어렵지만 아이들에게 너무 큰 금액을 용돈으로 주는 것은 비교의 대상이 되는 주변의 아이들은 물론 당사자인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 아동심리치료사 김민철 씨는 “가족들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큰 금액을 주는지는 몰라도 그 아이에게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많은 용돈을 받는다면 아이의 경제관념이 삐뚤어질 수 있으며 매번 반복되는 타아동과의 비교로 인해 물질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수단으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뱃돈의 적정 금액을 정확하게 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수준과 상식선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