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전용 클럽 '틴플', 청소년 탈선 무대로
야한 춤과 불건전한 스킨십..."성인클럽 뺨친다"
부산 서면 번화가 한 가운데에는 중고등학생 전용 댄스 클럽이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틴플(teenage playground)’이라 불린다. 이곳은 청소년들이 춤추며 노는 곳으로 무대나 조명, 음악은 성인클럽과 다르지 않다. 다만 열심히 춤추고 있는 손님들이 앳된 청소년이란 점이 다르다. 물론 술과 담배가 허용되지 않고, 콜라 등 탄산음료와 핫도그 등 간식거리가 판매된다. 입장료는 평일 5000원, 주말 7000원으로 매우 싸다. 오후 4시에 오픈해서 밤 10시에 문을 닫아야 하지만, 금, 토요일 등 주말이나 휴일에는 자정을 넘겨 영업시간을 어기는 일이 다반사다.
90년대 콜라텍이 지금은 없어지고, 작년부터 생긴 틴플은 청소년들의 건전 문화 공간이 필요하다는 좋은 취지에서 구청의 정식 허가를 받아 생겨났지만, 최근 청소년들의 일탈을 부추기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곳을 출입하는 청소년들은 옷차림부터 범상치 않다. 홀 안에서 온 몸을 비틀며 춤에 열중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짧은 미니스커트와 높은 구두, 그리고 속이 보일 듯 말 듯한 야한 옷을 차려 입고 있다. 겉모습부터 탈선할 징후가 짙다.
청소년클럽은 성인클럽처럼 상업적 이벤트도 벌인다. 통 안에 든 현금을 쥐는 만큼 가져가는 ‘현금추첨이벤트’와 값비싼 액세서리나 의류를 상품으로 내걸고 ‘댄싱퀸’이나 ‘댄싱킹’을 뽑는 이벤트도 벌어진다.
부산의 고등학생 박모(18) 양은 “현금추첨은 입장만 하면 자동 응모가 되는 것으로 운 좋으면 입장료의 몇 배를 벌 수 있다”며 “다른 친구는 20만원까지 상품을 받아 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성인처럼 짙은 화장과 미니스커트로 한껏 치장한 여학생들과, 스카프와 목걸이로 잔뜩 멋을 부린 남학생들이 클럽 내부 곳곳에서 선정적인 춤을 추고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두운 클럽 구석에서는 불건전한 스킨십을 하는 커플들도 있다.
부산 진구에 거주하는 이모(17) 군은 눈에 띄지 않게 스킨십을 하는 맛에 클럽을 찾는다. 이 군은 “클럽 안은 어두워서 내가 뭘 하는지 남들이 잘 모르고, 다들 흥이 나 있기 때문에 여자들 몸을 만져도 거부 반응이 별로 없다”며 “여자애들도 스킨십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클럽 안의 일부 커플은 서로의 몸을 밀착한 채 엉덩이를 흔드는 ‘부비부비’ 춤을 추고 있다.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클럽에 온 이들은 대부분 스킨십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를 한 듯하다. 클럽을 매주 다닌다는 여고생 신모(19) 양은 “솔직히 여기 오는 여학생들은 대부분 그런 스킨십에 대해 개방적인 아이들이다”며 “본인이 싫으면 클럽에 오지 않으면 그만 아니냐”라고 말했다.
청소년클럽 내부에서는 술과 담배를 판매하지 않지만 청소년들은 흡연을 위해 수시로 건물 밖을 드나든다. 그들은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거나 관리자의 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화장실에서 담배를 핀다.
클럽 바로 옆 편의점 알바생 강모(23) 씨는 “어른인 척을 하거나 신분증을 위조해서 담배를 사러 오는 클럽 손님들이 많다”며 “요즘엔 대놓고 밖에서 흡연하다 보니 가게 앞이 엉망이 된다. 청소년클럽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감독이 너무 소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 생활 지도 교사들은 이러한 청소년클럽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학교는 학교를 벗어나면 학생들을 직접적으로 간섭하지 않는다. 교육청도 특별히 이들 클럽을 점검하지 않는다. 소위 교외 생활지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학생주임 김모(46) 씨는 “청소년클럽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학생들이 밖에서 무엇을 하는지 일일이 알기 힘들다”며 “앞으로 가정통신문을 통해 부모님의 관심을 상기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