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기 싫어 생기는 ‘회사병’ 들어보셨나요...여유잃은 회사원 '넵병' '죄송응답증' 시달려 / 하다정 기자

공연히 꼬투리잡는 직장 상사 기피 1호...업무 후배에게 떠넘기는 '얍삽이형'도 눈총

2018-12-11     취재기자 하다정
회사원 하숙정(33) 씨는 직업의 특성상 대부분 상사의 지시를 카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받는다. 동료 직원들과의 자잘한 업무 대화도 거의 다 카톡을 통해 한다. 그러다 보니 하 씨의 스마트폰은 쉴 틈이 없다. 시도때도 없이 “까톡, 까톡”하며 울려댄다. 상사의 지시나 동료의 제안 등에 응답을 길게 할 여유가 없다. 대부분 원클릭. “넵”으로 응수한다. 하 씨의 카톡방엔 거의 매일 하루 수십 개의 “넵”이란 단음절 말풍선이 죽죽 내려 이어지고 있다. 요즘 회사원들 사이에 자신들을 일컬어 자조적으로 말하는 이른바 ‘넵병’ 환자다. 하숙정 씨는 “상사에게 업무 전달을 받으면서 ‘네’라고 하면 좀 딱딱하게 보이고 ‘넹’은 장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으니 부드러우면서도 신속 정확한 느낌을 주는 ‘넵’이라는 답을 좋아한다”며 “내 주변의 동료들, 친구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넵병’ 환자들”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넵병과 마찬가지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죄송응답증’ 이 있다. 상사의 지적이 무엇이든 ‘죄송하다’가 자동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죄송하다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모습이 마치 로봇 같다 해서 ‘죄송봇’이라고도 부른다. 죄송응답증 증세를 보이는 회사원 김지영(35) 씨는 “분명 다른 사람이 절 쎄게 밀치고 지나갔는데도 ”죄송합니다“가 무의식적으로 나오더라. 밖에서까지 ‘죄송하다’란 말이 입에 붙을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그 외에 퇴근 후 울리지도 않는 진동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환청, 회사만 생각하면 가기 싫다는 생각이 가득한 ‘회사가기 싫어증’ 등 회사에서 이미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회사원들이 많다. 이 모든 증세를 합쳐 ‘횟병’ 일명 ‘회사병’이라고 부른다. KT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주일 중 기분 좋게 일하는 날이 며칠'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과반수가 2일 이내(53.4%)라고 답했다. ‘기분 좋게 일하거나 공부하는 날 없음’ 항목에 체크한 응답자도 17.2%나 됐다. 응답자 11.5%는 열정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직장 상사 및 선배의 태도’를 꼽았다. 그렇다면 여러 직장인들을 횟병 걸리게 만든 상사는 어떤 사람들일까. ‘가장 피하고 싶은 유형의 상사’로 응답자들은 이유 없이 꼬투리 잡는 상사, 일명 ‘시월드’형 상사를 1위로 꼽았다. 2위는 후배 직원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선형’ 상사, 그 다음으로는 자신의 할 일을 후배 직원에게 다 미루는 ‘얍삽이형’ 상사가 차지했다. 회사원 김한솔(27) 씨는 “일하는데 안경 모양이 뭐가 중요한지 상사가 '네모난 안경이 보기 싫으니 동그란 안경으로 바꾸라'고 하더라”라며 ”트집잡을 게 없으니까 이상한 것 하나라도 잡으려는 게 정말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