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석달 뒤에도 간판 그대로...손님들 ‘헛걸음’ 일쑤

당국은 관련 법규 없어 자진 철거 홍보만

2014-02-26     취재기자 손희훈
각종 상점, 술집, PC방이 즐비한 번화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몇 군데 씩 가게 문을 닫고 새 점포가 문을 연다. 그런데 폐점한 점포 간판이 그대로 건물에 붙어 있어 간판만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을은 물론, 심지어는 각종 단속을 벌이는 공무원들까지 간판만 보고 단속차 업소를 방문했다가 헛걸음을 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시 남구 한 건물 3층에 바가 있다는 간판을 보고 지나던 젊은이 일행이 계단을 올라 갔으나, 업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폐업한 지 무려 3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업주가 간판을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계단에는 인적이 끊긴 지 오래여서 악취가 나고 노상방뇨의 흔적까지 있었다. 부산 지역 대학생 한재성(27) 씨는 “폐업하면 점포 간판을 내리게 하는 법은 없는 건지, 올라왔을 때 폐업 점포라는 걸 알게 되면 김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을 겪는 시민들은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하다. 남구 소재 4층에 위치한 한 폐업 PC방의 경우, 대학가에 위치에 있기 때문에 수시로 손님들이 찾았다가 헛걸음을 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김모 군은 “간판만 없었어도 4층까지 걸어 올라가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불평했다. 아파트 상가 건물 내 폐업 미용실을 방문한 시민 최모 씨도 역시 “손님들이 번거롭지 않게 폐업했으면 바로 간판을 떼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폐점포 간판으로 인한 불편은 업무상 각종 단속활동을 벌이는 공무원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관내 영업장 흡연단속을 하고 있는 남구청 소속 공무원 강모 씨는 단속활동 중에 폐업소 간판 때문에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남구 안에서도 하루에 새로 개업하고 폐업하는 점포수가 워낙 많다보니, 강 씨의 경우, 매주 평균 100여 군데 이상 단속활동을 다니지만 그 중 약 10여 군데는 간판을 철거하지 않은 폐업 점포였다는 것이다.
남구청 광고물관리 담당자에 따르면, 업주가 점포를 개업하고 간판을 달게 되면 연간 간판사용로를 내는 의무는 있지만, 폐업했을 경우는 간판을 철거하지 않아도 별도의 강제 법조항은 없다는 것이다. 이 담당자는 장사가 안돼서 폐업하는 업주가 간판 철거에까지 돈을 쓸 여유가 없어 그냥 놔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돈도 없고, 여유도 없고, 혹시 다음 입주할 업주가 재활용할 수도 있을까 싶어 폐점포 간판에 신경쓰는 폐점 업주는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담당자는 폐점포의 간판은 일종의 무단 시설물이 되므로 폐업과 동시에 철거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나 워낙 폐업과 신규 사업 허가 건수가 많다보니 그런 정책이 생겨도 단속에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청 도시경관과 담당자는 점포주가 폐업 시 간판을 내리는 것은 일종의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고 건물주와 입주 점포주 사이의 부동산 임대 계약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에서 달리 취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폐업 시 간판을 도시 미관을 위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진해서 간판을 철거하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