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학교' 놀림감 더이상 안돼"... 부산 기장 대변초, 내년부터 '용암초'로 새출발

부산시 교육위원회 조례개정안 확정...학생·학부모·동창회 등 교명 변경 서명운동 결실 / 신예진 기자

2017-12-20     취재기자 신예진
‘똥학교’라고 놀림을 받아왔던 부산 기장군 대변초등학교가 지난 1963년 개교 이후 55년 만에 이름을 바꾼다. 대변초는 19일 오전 10시 부산광역시의회 교육위원회 조례안 심사에서 ‘부산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내년 3월 1일부터 교명을 ‘용암초등학교’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대변초는 기장군 대변(大邊)리라는 지명에서 유래했다. 일제강점기에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그 때부터 이 이름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발음이 '대변(粪便)'과 동일해 주위에서 ‘똥학교’라는 놀림을 받아왔다. 50여 년 간 지켜온 이름이지만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아온 재학생들이 교명 변경에 나섰던 것.  특히 올해 학생회 부회장 선거에 출마한 5학년 하준석 군의 공약을 계기로 교명 변경 운동이 본격화됐다. 하 군을 비롯한 학생들은 동문 선배들에게 편지를 보내 교명 변경을 위한 운동에 서명을 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후 대변초는 학부모와 교사, 동창회로 구성된 교명변경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하 군을 필두로 대변초 학생들과 추진위는 약 4000여 명의 시민들에게 교명 변경 지지 서명을 받았다. 대변초는 이러한 노력을 모아 지난 8월 부산시 교육청에 학교 이름 변경을 요청했다. 현행 교명이 학교 이미지와 학생 정서를 저해한다는 뜻도 전달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9월 교명 심의위원회를 열어 ‘용암초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하기로 했고 이번에 부산시 교육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 3월 변경을 확정했다. 용암초는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옛 지명에서 비롯됐다. 용암초의 탄생에 앞장섰던 하 군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용암도 놀림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대변보다는 나은 것 같다”며 “어른들은 (학교명 변경이) 잘 됐다고 하고 고생했다고 말한다”고 학교명 변경 소감을 전했다.
교육청은 지난 11월 대변초 교명을 용암초로 내용을 담은 ‘부산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을 부산시의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오는 21일 열리는 제266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김종명 교장은 “대변초 교명 변경은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 지역주민 등이 함께 협력해 이뤄낸 결과다”며 “어린 학생들의 바람에 힘을 실어준 4000여 명의 시민들과 정든 교명을 후배를 위해 양보해준 선배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축하의 뜻을 전했다. 한 네티즌들은 “그동안 아이들의 마음 고생이 심했겠다”며 “용암초 학생들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학생들이 귀엽고 대견하다”며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고 그것을 성취하는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 외에도 네티즌들은 “불편한 것들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야동 초등학교는 이름이 바뀌었을려나?”, “아이들이 그간 힘들었겠는데”, “졸업장에 ‘용암초’로 찍히겠네”, “똑똑하고 총명한 학생이네”, “현명한 선택이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