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E 커피', '케냐AA'등 커피가 세련되다
아메리카노는 이제 한물... 산지, 맛 따라 각양각색 고급화
초콜릿 같은 단 맛과 연기가 타는 듯한 향, 섬세한 꽃 향기와 달콤한 과실의 산미, 부드러운 질감, 무게감 있는 적당한 바디감, 살짝 떫은 신 맛과 쓴 맛, 단 맛의 조화…
어떤 음식을 표현하는 것일까. 이렇게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는 음식은 하나의 기호식품을 넘어 생활이 되어가고 있는 커피다.
커피를 찾는 사람들의 입맛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불과 10~20년 전만해도 커피라면 ‘다방커피’, ‘밀크커피’로 통일되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케냐AA’,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과테말라 안티구아’ 등 커피가 재배되는 나라에 따라 다양하게 주문할 수 있다. 단 맛, 쓴 맛, 신 맛 등 커피 한 잔에 담긴 미묘한 향미를 느끼는 아마추어 커피 팬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2가지 이상의 원두가 섞인 블렌딩(blending) 커피의 경우 부드럽고 균형 잡힌 맛을 내며 일반 카페에서 커피기계로 에스프레소를 축출하는 반면, 한 종류의 원두만 볶은 단종커피(스트레이트 커피)는 커피가루를 종이 여과지에 통과시키는 핸드드립(hand drip) 방식으로 커피를 만든다. 커피의 다양한 향미를 즐기는 커피 마니아들은 핸드드립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카페에서 취급하는 단종커피를 선호하는데, 이 단종커피에는 최고 등급 원두가 사용된다.
특히 최근에는 카페에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라고 붙인 문구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름부터 ‘특별한’ 스페셜티 커피는 대량으로 생산공정이 이루어지는 커피와 달리 재배지 마다 다른 커피의 독특한 개성과 특징을 최대한 살려서 원두의 재배, 수확, 유통, 로스팅 된 커피를 말한다. 스페셜티 커피가 되기 위해선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원두 300g당 포함된 불량 원두의 수에 따른 등급, 원두의 크기 차이, 신선한 보관관리 등 엄격한 품질 관리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스페셜티 커피로 선정된 커피에는 산지 표기는 물론 농장 이름까지 명기되어 시장에 나가게 된다.
이와 비슷한 것이 C.O.E(Cup Of Excellence)로 국제대회를 통해 뽑힌 최상급 커피를 일컫는 말이다. C.O.E대회는 불공정한 커피 거래에 따른 커피 농가의 빈곤을 막기 위해 1999년 브라질에서 처음 시작됐다. 현재는 브라질,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9개 중남미 국가에서 매년 돌아가면서 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엄격한 심사를 통해 등급이 나뉘어진 커피는 바로 경매로 판매된다.
스페셜티 커피와 C.O.E 커피는 재배지역의 고도, 기후, 토질부터 로스팅(커피를 볶는 작업)과 원두의 관리까지 최상급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커피에 비해 다소 가격이 비싸지만 그 독특한 향과 맛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 그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부산 송정에 있는 RHB COFFEE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카페와 달라 보이지 않는 이 카페는 품질 좋은 생두를 수입하고 직접 볶아 다른 카페에 파는 전문 로스팅 업체다. RHB커피는 부산에서 가장 먼저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RHB COFFEE의 대표 박경훈(35)씨는 “커피는 밥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다 같은 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부미, 중국산 쌀, 햅쌀, 고시히까리 쌀 등 재료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나듯 커피도 다 같은 커피가 아니라는 것이다.
2007년부터 카페를 운영했다는 박경훈 대표는 “직접 커피를 만들고 로스팅을 하면서 좋은 커피 콩을 찾다 보니 C.O.E 경매도 하고 스페셜티 커피도 직접 수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커피마니아 층이 늘어나면서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커피를 판매하는 주 거래 업체도 많이 늘어서 호텔, 회사, 카페 등 전국에 100군데가 넘는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협회는 “커피 문화가 발달하면서 고급 커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가격이 비싸지만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찾는 만큼 앞으로 스페셜티 커피와 같은 커피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