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서민 군것질거리 '붕어빵'의 화려한 변신
김치·피자·초콜릿 붕어빵 인기몰이...런던까지 수출돼 한 개 만 원대에 팔리기도 / 정인혜 기자
2017-12-20 취재기자 정인혜
밀가루 반죽에 팥을 넣어 붕어 모양으로 구워낸 먹거리. 바삭하고 쫀득한 겉을 가르면 고소한 팥소가 쏟아진다.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겨울철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붕어빵’ 이야기다.
지역마다 조금씩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1000원이면 3~4개를 살 수 있어 서민들의 간식거리로 오랜 세월 인기를 끌어 왔다. 겨울에는 한 블록 건너 노점 하나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거리에 즐비하다.
경쟁 업체(?)가 많아진 탓일까. 붕어빵이 화려한 변신에 나섰다. 팥소 대신 슈크림, 고구마가 들어간 붕어빵은 흔할 정도다. 요즘 붕어빵에는 팥소 대신 초콜릿, 치즈, 피자 토핑이 들어가는가 하면 김치가 들어간 붕어빵도 있다. 1만 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붕어빵도 나왔다.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붕어빵 노점. 이곳에서는 팥 붕어빵 외에도 슈크림, 초콜릿 붕어빵을 판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명찬(51) 씨는 “평범한 붕어빵은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라 새로운 메뉴를 내놔야 했다”며 “슈크림이나 초콜릿 붕어빵이 내 입에는 너무 달아서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확실히 더 좋아한다. 매출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슈크림, 초콜릿 붕어빵은 일반 붕어빵보다는 가격이 약간 더 나간다.
김치 붕어빵도 있다. 슈크림 붕어빵처럼 쉽게 찾아볼 수는 없지만, SNS를 중심으로 후기가 공유되면서 톡톡히 유명세를 알리고 있다. 김치 붕어빵으로 유명한 한 점포는 천안에 위치하고 있다.
김치 붕어빵 마니아라는 이효정(30, 충남 천안시 서북구) 씨는 “한 번 먹어보면 다른 붕어빵은 못 먹을 정도로 맛있다”며 “이것 때문에 겨울이 기다려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김치 붕어빵 맛은 ‘김치전’과 비슷하다고 한다.
피자 붕어빵도 ‘희귀’ 붕어빵 중 하나다. 반죽 안에 피자 토핑과 치즈가 들어있으며, 가격은 1000원대 정도다. 피자 붕어빵을 파는 곳은 흔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아이들 간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홈쇼핑에서 흔히 파는 붕어빵 틀에 피자 치즈와 토핑 야채들을 넣어서 만든다고 한다.
주부 박경심(41, 부산시 남구) 씨는 “인터넷에서 피자 붕어빵이 하도 유행이라 틀을 사서 아이들에게 만들어줬더니 정말 좋아하더라”라며 “우리 어렸을 때는 팥 들어 있는 붕어빵밖에 없었는데, 붕어빵에서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며 웃었다.
1만 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붕어빵도 있다. 이는 현재 먼 나라 영국 런던에서 판매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국내 외식기업 CJ푸드빌의 비비고는 런던에 한식 레스토랑 매장을 내고 붕어빵을 팔고 있다.
메뉴 이름은 ‘골드피시(Gold Fish).' 붕어빵을 중심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 아몬드, 블루베리가 곁들여 나오는 메뉴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팥소와 붕어빵 반죽의 바삭하고 쫄깃함이 인기를 끌어낸 비결인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한국에 따르면, 하루 주문량은 20~30개에 이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