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범용화 시대, 네 살 아기도 "늘 손에"

앱 다운 받기 등 조작 맘대로...'팝콘 브레인' 부작용 우려도

2014-03-11     취재기자 이광욱
최근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에서는 스마트폰 없이는 못사는 4세 홍준이 이야기가 방영됐다. 홍준이는 혼자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앱도 거뜬히 다운받는다. 홍준이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 때문에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늘 아이에게 건넨다. 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홍준이 때문에 고민이 커진 부모의 모습이 TV에 선명하게 소개됐다. 요즘 만 5세 이하 영유아들의 스마트폰 노출이 일상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음식점이나 지하철 안 등 공공장소에서는 우는 아이를 달래는 방법으로, 또는 식당에서 부모들이 밥을 편하게 먹으려는 마음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 주는 광경이 흔하게 눈에 띈다. 2세 영아를 둔 김모(32) 씨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 준다. 그러면 부부는 아이의 방해를 받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를 봐야 하기 때문에 부인과 남편이 시간차를 두고 따로 밥을 먹어야 한다. 김 씨는 “아이 신경이 덜 쓰이게끔 하루에 한두 번은 꼭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서 가지고 놀게 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 홈페이지에 소개된 ‘영유아의 스마트폰 노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들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접촉하는 연령은 2.27세로, 만 3세 이전의 영아들이 이미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조사보고서에는 영아들의 54.4%가 1세에 스마트폰에 처음 노출됐다는 결과도 있다.
부모들만 영유아에게 스마트폰을 장난감으로 애용하는 것이 아니다. 부산 사상의 영유아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박모(46) 씨는 “한 번에 많은 아이들을 봐야하는 저희들로는 스마트폰이 잠깐의 휴식을 준다”고 말했다. 또, “한 명이 울면 줄줄이 우는 아이들의 특성상 우는 아이를 달래는 방법으로는 스마트폰이 최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육아정책연구소의 보고서는 영유아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아이들의 두뇌 발달과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으면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자해를 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영유아가 화려한 색과 현란한 음악 등으로 강한 자극을 받게 되면 아직 뇌가 올바르게 자리 잡지 않은 영유아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는 스마트폰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에게는 이른바 ‘팝콘 브레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팝콘브레인 증상이란 첨단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나머지 뇌가 현실에 무감각해지거나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증상이 지속되면 아이들에게 주의력 결핍과 학습 능력 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스마트폰이 전두엽 발달에 영향 미쳐, 아이들이 쉽게 짜증을 내거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이정림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영유아의 스마트폰 노출과 관련된 규제 법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녀들이 스마트폰에 과다하게 노출되거나 중독되지 않도록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며 “육아 교육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유아 스마트폰 이용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