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초등학생 90% 이상이 각종 게임 즐긴다...집집마다 부모와 초등학교 자녀 간 게임 놓고 전쟁 중 / 장윤진
[제1부] 초등학생의 문화와 비행의 실태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초등학생들은 컴퓨터를 통해 게임을 하거나, 문방구에서 오락기구에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하거나, 오락실에 가서 다양한 게임기구들을 이용해서 게임을 했다. 물론 지금도 컴퓨터나 오락실에는 여전히 각종 게임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과거만큼 초등학생들을 포함해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는 않는다. 그때의 게임은 지금의 스마트폰 게임에 비하면 손만 내밀면 손에 닿는 정도의 접근성을 갖고 있지 않았고, 그저 즐겁고 가벼운 놀이 중 하나였지 식음을 전폐할 정도의 정서적 파괴나 중독성을 갖지는 않았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언제부터인가 3세 아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거나 영상을 능숙하게 보는 모습이 흔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유아 때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되고 그것을 재미 있어 하다 보니, 엄마들은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주고 아이가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틈을 이용하여 자신의 일들을 보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주 어린 아이 때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데 익숙한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게임 중독에 빠지게 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PC 게임도 심상치 않다. 게임 산업의 발달로 게임 종류의 다양화, 그래픽의 화려함, 게임 전략의 몰입도가 과거와 비교도 안되는 현란한 PC 게임들이 나타났고, 이런 PC 게임들은 부모의 감시가 심한 집이 아닌 PC방에서 초등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2016년 통계청에서 조사한 통계를 보면, 조사 대상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의 91% 이상이 온라인·모바일·비디오 등 각종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17년 한국의 사회 동향'을 보면, 조사 대상 초등학생(4~6학년)의 91.1%, 중학생의 82.5%, 고등학생의 64.2%가 온라인과 모바일 등 각종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90% 이상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초등학생 거의 전부가 예외 없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또 나이가 어릴수록, 또 초등학생일수록 각종 게임에 빠진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조사에서 재미 있는 현상은 학교급이 낮을수록(초등학생의 73.3%, 중학생의 43.8%, 고등학생의 36.3%) 모바일 게임(스마트폰 게임)을 많이 하고, 학교급이 높을수록(초등학생의 23.3%, 중학생의 54.2%, 고등학생의 61.4%) 온라인 게임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등학생들은 스마트폰 위주로 게임을 하고 학년이 올라 갈수록 돈을 내고 이용하는 PC방 등을 출입해서 본격적인 온라인 환경의 게임을 하게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조사 결과를 성별로 보면, 조사 대상 남학생의 91.4%와 여학생의 66.7%가 온라인·모바일·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은 아직도 남학생들이 훨씬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청소년 응답자 중 게임 중독 내지는 중독 위험에 해당하는 과몰입군과 과몰입 위험군은 각각 0.7%와 1.8%로 조사됐다. 특히 게임 과몰입군 초등학생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을 적당히 즐기는 게임선용군도 초중고등학생 모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게임선용군 학생들이 점차 과몰입군이나 과몰입 위험군으로 전차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 초중고교생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놓고 갈등을 빚는 가정이 많다. 인터넷 '맘카페'에는 "초등학생 아이가 자기만 스마트폰이 없다고 조르는데 사줄 수도 안 사줄 수도 없어 난감하다"는 내용부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초등학생 스마트폰 사용을 불법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가정마다 스마트폰 사용을 놓고 부모와 자녀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PC방을 이용하는 중고등학생들은 자기들이 초등학생이었던 시절보다 PC방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더 많아졌다고 말하고 있다. PC방의 초등학생들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게임 등 연령 제한을 무시하고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게임을 하다보면 사람을 함부로 대하거나 죽여도 죄책감이 없는 상태에 빠지므로 매우 위급한 상황이 된다.
그 외에도 집에서 온라인 게임 사용 시간을 놓고 초등학생과 부모와의 갈등이 벌어지기도 하며, 어떤 초등학생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친구 폰을 강제로 뺏는 등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메디컬 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이상규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결국 스마트폰과 인터넷 중독이 심화되면 알코올, 니코틴, 도박 등 다른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유아기와 초등학교 시절 등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