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문화예술의 도시: 도시 전체를 예술로 채우는 ‘삿포로 국제 예술제’ / 목지수 안지현
[2부] 삿포로의 도시 브랜드 자산
한 도시의 예술과 문화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지역의 자치단체가 가진 의지와 그 실행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인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공이나 기업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지원을 통해 시민들이 누리게 될 예술의 가치는 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그 어떤 복지보다도 강력한 것이다.
2014년 첫 행사를 개최했고, 이제 2회를 맞은 ‘삿포로 국제 예술제(Sapporo International Art Festival)'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시스템이 존재한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트리엔날레'인데, 개최 기간이 두 달 정도 된다. 이 두 달 동안 삿포로의 주요 미술관에서만 전시나 행사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 백화점, 정원, 사유지는 물론 달리는 노면 전차 안에서도 국제 예술제가 열린다. 특정 미술관에서만 열리는 아트페스티벌에서 벗어나 국제 예술제 기간에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 전시장으로 변모하는 셈이다. 그 규모가 방대해서 모든 전시나 행사를 꼼꼼하게 다 보려면 한 달도 부족하다.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시스템은 3년에 한 번 열리는 본 행사 외에, 3년 간 시민과 함께 문화예술 워크숍을 꾸준히 진행하고 그 결과들을 전시하거나 공연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3년이라는 시간이 ‘삿포로 국제 예술제’의 휴식 기간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과 함께 전시나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예술 그 자체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2개월이라는 행사 기간은 그동안 준비했던 다양한 메시지와 퍼포먼스를 시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기간일 뿐인 셈이다.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삿포로 국제 아트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에 삿포로를 방문하면 삿포로 여행이 몇 배는 더 즐거워 질 수 있다. 2200엔(한화 약 2만 2000원)이면 모든 전시와 행사를 무료로 관람하고 참여할 수 있는 통합 입장권(일부 전시는 할인)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삿포로의 유명 관광지가 예술 작품이 되고, 예술의 무대가 되기 때문에 입장료도 절약하고, 독특한 예술 작품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도심에서 거리가 먼 ‘삿포로 예술의 숲’이나 ‘모에레누마 공원’ 같은 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오기에는 다소 불편하다. 그래서 JR삿포로역에서는 행사 기간 동안 통합 입장권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삿포로 국제 예술제’는 도시를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도시 브랜드 투어 프로그램이다. 대중문화와 달리 예술 콘텐츠는 관람객의 문화적인 해석을 요구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시물이나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그 작품에 쉽게 동화되기 어려운 측면도 갖고 있다. 삿포로 시내의 서점이나 각 전시장에서는 ‘삿포로 국제 예술제’의 참여 작가와 작품 제작 과정, 의미를 자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가이드북을 판매하고 있다. 가이드북의 질도 무척 좋은 편이어서 ‘삿포로 국제 예술제’의 기념품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2020년에 다시 개최될 ‘삿포로 국제 예술제’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다음 축제를 준비하면서 삿포로 시민들은 3년 간 어떤 생각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시의 경험을 예술이라는 프레임으로 브랜딩한 삿포로를 통해 우리 도시들의 문화예술 축제의 브랜딩을 점검해 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