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죽인다는 '전안법' 도대체 어떤 내용?...소량 생산 생활용품까지 인증받아야
전안법 폐지 청와대 청원 20만 명 넘어...법안 발의한 자유한국당은 침묵 / 정인혜 기자
2017-12-28 취재기자 정인혜
내년부터 시행되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상공인들은 시위에 돌입했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전안법은 의류, 신발, 가방 등의 생활 잡화도 전기용품과 마찬가지로 ‘공급자 적합성 확인 서류’(KC 인증서)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판매자는 이들 제품에 대한 KC 인증을 받고 시험 결과서를 보유해야 한다. 소규모 공방에서 직접 제작·판매하는 수공예품, 가죽제품, 액세서리 등 소량 생산 수공업품도 모두 의무인증 대상이다. 한 마디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저렴한 의류 등의 잡화가 일일이 인증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소상공인들이 인증 비용을 감당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생활용품의 경우 인증 비용은 품목당 20만~30만 원 선으로 추정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들의 경우 자체 안전검사 장비를 갖추고 있어 인증에 어려움이 없지만, 소상공인들은 전문기관에 인증을 의뢰해야 한다. 전안법 추진에 ‘소상공인 죽이기’라는 비판이 따라붙는 이유다. 의무 인증을 지키지 않는 소상공인에게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론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전안법 폐지 요구’ 청원은 한 달 간 총 21만 1064명이 서명한 가운데 마감됐다. ‘한 달 내 20만 명 이상 국민 추천’ 기준을 충족하면서 청와대에서도 답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새로운 청원도 이미 5만 6272명이 서명했다.
청원에 서명한 한 네티즌은 “대기업만 살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은 사지로 내모는 악법”이라며 “자유한국당은 본인들이 발의해놓고 왜 이제 와서 모른 체하는지 모르겠다. 국회 보이콧 철회하고 전안법 폐지하라”라고 주장했다.
해당 네티즌의 주장처럼 전안법은 지난 2015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에서 발의했다. 당초 지난 1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1년 유예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인증 수준을 완화하는 전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면서 개정안은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해당 소식을 다룬 기사에 자유한국당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네티즌들은 한 목소리로 박근혜 정권과 자유한국당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전안법 ‘개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전안법 개정안은 KC 인증 대상에서 영세 소상공인을 제외하는 내용이다. 지난 26일부터 전안법 개정안 통과를 호소하며 1인 시위에 나선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수많은 소상공인들과 청년작가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소상공인들의 가슴 절절한 외침에 국회가 본회의 개최 및 전안법 개정안 통과로 응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