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고, 좋은 상품 사고 좋은 일 하고~"

'사랑의 팔찌' 등 기부 보람 선사하는 코즈마케팅 대유행

2014-04-01     취재기자 윤지은

부산 사하구에 사는 황수지(가명, 23) 씨는 최근 친구들과 우정 팔찌를 맞췄다. 팔찌에는 각각 색깔별로 케냐, 탄자니아, 르완다, 캄보디아 등 저개발국가 이름이 쓰여 있다. 이 팔찌들은 ‘사랑의 전화복지재단’이 만든 빈곤아동 돕기 캠페인 제품. 해당 국가가 새겨진 팔찌를 사면 그 국가의 빈곤층에게 수익금 일부가 기부되는 방식이다.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코즈마케팅(cause marketing)'의 일환으로 시작됐으며,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이 사랑의 팔찌 끼기가 유행하고 있다. 황수지 씨는 “팔찌 하나를 사기만 해도 지구촌 이웃을 도울 수 있어서 마음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코즈 마케팅이란 대의명분이나 이상을 듯하는 영어 cause와 마케팅의 합성어로 소비자들의 소비를 통해 얻은 상품 수익 일부를 기부하여 소비자에겐 만족감을, 기업에는 매출 증대로 이어지게 하여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마케팅이다.

1984년 미국의 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코즈 마케팅은 고객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 신규 가입 때는 1달러의 성금을 자유의 여신상 복원을 위해 기부한다고 광고하여, 총 170만 달러의 기금을 모금하고, 이를 자유의 여신상 복원사업에 기부했다. 이 마케팅의 결과로 이 카드사의 그 해 카드 사용률은 28%, 신규 회원은 45%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최근 이 코즈 마케팅이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문구업체 모닝글로리는 2013년 ‘독도 지우개’를 출시하여 판매 수익금의 50%인 700만 원을 독도 후원 기금으로 기부했다. 직접 이 지우개를 구매한 부산 경성대 정은지(가명, 24) 씨는 “다른 브랜드의 지우개를 사려고 했는데 독도를 후원한다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꿔 독도지우개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객 반응이 좋자, 모닝글로리는 지우개에 이어 연필, 공책 등 다른 물품들도 독도 후원 상품으로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더불어 코즈 마케팅은 기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기부’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거나 기부는 ‘많이 가진 이들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코즈 마케팅 상품들을 이용함으로써 기부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직접 기부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정은지 씨는 “사실 기부는 부담스러워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하지만 독도 지우개같이 물건도 사고 기부도 할 수 있다면 가격 측면으로도 부담되지 않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품을 사게 될 것 같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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