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조금 20만 원 때문에...취임 9개월 나용찬 괴산군수 항소심서 당선무효형

나용찬 "돈을 빌려줬을 뿐"...재판부 "경비에 사용돼 기부로 인정" 판결 / 신예진 기자

2018-01-09     취재기자 신예진
나용찬(64) 충북 괴산군수가 취임 9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날 상황에 처했다. 나 군수가 제기한 항소가 기각됐기 때문. 중앙일보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8형사부(부장판사 전지원)는 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나 군수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나 군수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앞서 나 군수는 지난 2016년 12월 14일 외지로 견학을 떠나는 자율방범연합대의 한 관계자에게 20만 원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해당 단체의 관광버스에 올라 찬조금 명목으로 현금을 준 것.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나 군수는 ‘돈을 빌려준 것’이라며 사실 오인을 주장했다. 보궐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당선 목적의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추가했다. 나 군수가 항소심에서 억울함을 전했지만, 재판부는 단호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급한 20만 원은 빌려준 것이 아니라 경비에 사용됨으로써 기부 행위로 인정된다”며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사실 오인이 없어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선거구에 포함된 단체 관계자에게 20만 원을 주고도 기자회견을 연 것은 허위 사실 공표로 인정된다”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정 씨의 명예를 훼손한 점 등을 보면 원심의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만 원과 군수직을 맞바꾸게 된 나 군수의 소식에 네티즌들은 술렁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150만 원 벌금에 군수자리까지 내놓게 되다니 안타깝다”며 “앞으로 이런 관행이 사라지도록 우리 정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법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저 동네는 군수 되는 사람마다 왜 저러냐”라며 “이런 사람이 군수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 괴산 군민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나 군수의 전임인 임각수 전 군수는 뇌물 수수죄로 군수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한편, 나 군수는 지난해 4월 12일 치러진 괴산군수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나 군수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계획이라고 노컷뉴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