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로 구글 주소 변경하면 안드로이드 결제가 반값?…환율 차이 이용한 '환치기' 기승
포브스 “환차익을 이용해 저렴하게 구매하는데 요령있는 한국인들” 지적 / 윤민영 기자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정한결(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를 약 반값에 이용하고 있다. 정 씨는 “모바일 게임을 할 때 게임 재화의 가격이 비싸 구매하지 않았지만, 반값에 구매하는 방법을 알고 나니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구글플레이 결제를 반값에 이용하는 방법은 ‘환치기’라 불리는 불법 외환 거래와 수법이 비슷하다. 환율이 다른 국가를 이용해 환차익만큼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법이다. 정 씨는 통화 시세가 저렴한 이집트를 통해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갓집트’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이집트가 '환치기'의 통로가 된 이유는 지난 2016년 11월 초반, 이집트 환율이 반토막 난 데 있다. 당시 이집트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관광 수입 감소, 이에 따른 외화 부족으로 국제금융센터(IMF)와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IMF의 이집트 파운드(EGP)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라는 조건을 이집트 정부가 수용했기 때문에 EGP 가치가 반토막난 것.
소식을 들은 서비스 이용자들은 EGP 가치 폭락을 이용해 구글플레이 결제 시 환차익만큼 저렴하게 결제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안드로이드 앱,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 때 본인의 구글 계정의 주소지를 이집트로 변경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결제할 때 EGP로 구매할 수 있다. 이 때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 해외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로만 결제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신용카드 결제 대금 청구 시 EGP 원화로 청구되기 때문에 환차익만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한결 씨는 모바일 게임 ‘하스스톤’을 서비스하는 게임사 ‘블리자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재화의 EGP 결제 가격을 인상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정 씨는 당시 하스스톤에서 ‘이집트팩’으로 불리면서 환치기가 기승을 부리자 약 한 달 만인 2016년 12월 22일 게임 내 상품의 가격을 360EGP에서 679EGP로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싸고 블리자드가 아닌 다른 게임사의 게임, 더 나아가 해외 결제가 가능한 대부분의 온라인 결제 상품들에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경제 전문 잡지인 포브스는 ‘환차익을 이용해 저렴하게 구매하는데 요령있는 한국인들(Savvy Koreans Are Gaming Currencies To Buy Tech On The Cheap)’를 헤드라인으로 한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포브스는 기사를 통해 한국 네티즌들은 통화 가치가 하락한 국가의 통화를 이용해 유료 앱, 게임 내 재화, 윈도우 10 등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