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넥센·롯데 '채태인-박성민' 트레이드

야구팬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야구 시장 거품 걷혔으면” / 윤민영 기자

2018-01-13     취재기자 윤민영

넥센 히어로즈의 내야수 채태인과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투수 박성민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sign and trade)’로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됐다. 채태인의 계약 규모는 2년 총액 10억 원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지난 2017 시즌에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뛴 채태인은 109경기에 출장해 0.322의 타율과 12홈런 62타점 OPS 0.888(출루율 0.388, 장타율 0.5)의 성적을 기록한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행사했다. 준수한 활약을 펼쳐 1루수와 지명타자가 필요한 팀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보상 선수를 받지 않겠다는 넥센 히어로즈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입을 희망하는 팀이 없어 FA 미아 위기에 처했다.

때마침 채태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팀은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채태인을 FA로 영입하게 되면 넥센 히어로즈에게 지불해야 할 6억 원의 보상금 + 보상 선수, 또는 9억 원의 보상금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등장한 것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말 그대로 계약서에 사인한 뒤 트레이드하는 것을 말한다. 즉, 선수와 원 소속팀이 FA 계약을 체결한 뒤 곧바로 제3의 구단과 트레이드를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FA 보상금 및 보상선수 없이 트레이드로 합의된 조건만 적용되기 때문에 영입하려는 팀은 부담이 줄어든다. 실제 롯데 자이언츠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에게 박성민을 보내는 것 외에 다른 지출이 없다.

이번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 채태인 모두 이득을 보는 ‘윈윈윈(win-win-win)’이 됐다. 넥센 히어로즈는 채태인이 FA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아무런 소득이 없게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박성민이라는 젊은 좌완 투수를 수혈했다. 또 롯데 자이언츠는 고액의 FA 보상 대신 박성민만을 내어주는 것으로 준수한 좌타 내야수를 영입했다. 채태인 역시 FA 미아가 될 위기에서 새 팀을 찾아 프로활동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 시장에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야구팬임을 밝힌 송평강(충북 증평군) 씨는 “요 몇 년 간 FA 거품이 끼어 실력에 비해 엄청난 금액의 계약이 오갔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FA 거품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야구팬 이선아(광주시 북구) 씨는 “김주찬, 정근우를 비롯해 아직 FA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선수들이 있는데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앞으로 보상 선수, 보상금 등의 문제로 다른 팀으로 이적하기 어려운 선수들에게 단비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KBO에 따르면, 채태인 이전에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4차례 있었다. 지난 2000년, 송유석 선수가 원 소속팀 LG 트윈스와 1년 7500만 원에 계약한 뒤 신국환 선수와 묶여 한화 이글스로 최익성 선수와 트레이드된 것이 최초였다. 2호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같은 해 해태 타이거즈의 김정수 선수가 1년 5000만 원의 계약을 체결한 뒤 SK 와이번스로 5000만 원에 현금 트레이드된 것이다. 이후 2005년, 롯데 자이언츠와 1년 8600만 원에 계약한 김태균이 SK 와이번스로 1억 원에 현금 트레이드됐고, 2006년 두산 베어스의 홍원기가 1년 8000만 원의 계약을 체결한 뒤 현대 히어로즈의 장교성 선수와 트레이드된 것이 마지막 사인 앤드 트레이드였다.

한편, 이번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횟수로는 5번째가 됐지만, 원 소속팀과 새로운 팀, 선수까지 이해 관계가 얽힌 관련자 모두가 원하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는 1호가 됐다. 재점화된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프로야구 시장 거품이 걷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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