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로건, 로고, 축제 같은 도시 마케팅 시대에서 이제는 삿포로처럼 도시 브랜딩 시대로 / 목지수 안지현

[3부] 삿포로에서 발견한 도시브랜드 인사이트

2018-01-13     목지수 안지현

한 때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가 쓴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이 큰 인기를 모았다. 마케팅 종사자들의 책상에는 꼭 한 권씩 꽂혀있는 일종의 마케팅 바이블이었다. 이 책에 소개 된 ‘선도자의 법칙(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 ‘이원성의 법칙(모든 시장은 두 마리의 말만 달리는 경주가 된다)’ 등을 읽으며 무릎을 탁하고 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책에서 제시된 원칙들은 시대가 지나도 ‘불변’할 마케팅의 방법론으로 자주 회자되고 활용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마케팅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제공할 뿐이다. 마케팅에는 확고한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각 기업이나 제품이 처한 상황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현안에 맞는 ‘해법’이 필요한 것이지, 성공한 기업의 전략을 따르겠다고 벤치마킹이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그들의 마케팅을 따라 해본들 '내가' 원했던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 표면적이고 개인적인 각자의 현안에 학자들이 제시하는 법칙이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힘들다. 전문가의 특수한 마케팅 원칙을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최근 도시 브랜딩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도시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었다. 모든 산업 전반에서 마케팅 열풍이 휩쓸고 간 이후, 도시에도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부터였다. 도시를 마치 상품처럼 홍보해야 도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서, 도시에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도시가 가진 강점을 내세우며 도시 홍보물 제작에 많은 도시들이 열을 올렸다. 도시 의 로고도 필요했고, 슬로건도 필요했다. 이들은 도시가 제품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식물이었다. 도시 홍보용 CF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서, 개별 도시가 가진 자연 경관이나 도시 특산품을 보여 주면 가장 쉽게 도시 이미지가 생성되는 듯했다. 자치단체장이 광고의 모델로 등장하는 것도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유행처럼 번져갔다.

그리고 십수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도시 마케팅이라며 자신감 있게 꺼내놓았던 전략과 홍보방식들이 하나, 둘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로고는 촌스럽다고 여겨지기 시작했고, 슬로건도 누구를 위한 메시지인지 분간이 어려워졌다. 도시를 상품으로 판매하려던 방식이 오히려 도시를 제대로 바라보려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 마케팅의 본질은 온데 간데 없고, 다른 도시보다 그저 한 번 튀어보려는 전략 없는 전술들만 요란했던 것이다.

마케팅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도시 사람들은 도시에 대한 저마다의 관점과 방식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싶어한다. 도시가 가진 정확한 메시지를 시민들이 보고 싶은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도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정확한 역할이다. 그리고 도시에 대한 마음을 열거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철저히 그 도시 사람들의 몫이다.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난무하던 도시 전략과 홍보의 영역에 어느 순간 자리 잡은 용어가 바로 '도시 브랜딩'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돼오던 개념이지만, 최근 들어 도시 마케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많은 도시들이 도시 브랜딩의 개념에 자신의 도시를 대입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 도시에 맞는 방식의 도시 브랜딩을 실험해 보고 있다. 이제 도시는 도시 브랜드의 새로운 실험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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