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속임수 한정판 마케팅 ..."속지 마세요"
구매욕구 자극하려 '한정판' 남발,,,절판돼도 버젓이 다시 팔아
2014-04-24 취재기자 정지희
‘한정판’은 소비자들을 매료시키는 마법의 단어다. 한정판 마케팅은 과거 명품에서 시작해 현재 뷰티, 문구, 식품, IT기기까지 확대되어 남녀노소 불문하고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구매할 수 없다는 심리를 악용해 일부 브랜드들이 무늬만 한정판인 제품들을 내놓고 있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 사의 운동화 모델은 지난 1월 한정판으로 출시되었으나 4일 만에 품절 사태를 맞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뉴발란스는 2개월이 지난 3월에 전국 매장에 이 모델을 재 입고시켰다. 이 모델의 운동화를 구입한 최예나(20. 부산 수영구) 씨는 “한정판이라고 해서 여러 매장을 돌아다녀 겨우 구입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재입고된 것이 너무 허무하다”고 말했다.
‘한정판 마케팅’ 전략은 극소수만이 해당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마케팅 방법이다. 하지만 일부 브랜드에서는 한정판으로 출시됐던 제품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재발매되거나, 판매율이 높다는 이유로 한정을 풀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한정판’의 진정한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자칭 한정판 컬렉터인 김소동(25. 동명대학생) 씨는 평소 한정판이라는 말만 들리면 어떤 제품이든 구입한다. 그는 얼마 전에도 한정판으로 출시됐던 M.A.C사의 립스틱을 여자 친구에게 선물했다가 한정이 풀린 것에 짜증을 느꼈다. 그는 "한정판이라 해놓고 배신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정판이 아니었다면 사지 않았을 제품도 많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제품의 용량과 패키지는 기존의 제품과 동일하지만 포장 디자인만 바꿔서 한정판이라며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되는 경우도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사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한정판 커피잔, 텀블러 등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지만, 기존에 판매되던 제품과 디자인만 약간 다른 한정판 제품을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판이 매번 소비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는데도, 여전히 한정판 제품은 날개돋힌 듯 팔려나간다. 지난 1월 문구브랜드 모나미에서 ‘153 볼펜’ 판매 50주년 기념으로 단 1만 개만 제작한 한정판 볼펜은 문구류임을 감안했을 때 2만원이라는 고가임에도 조기 매진되었다. 이 제품은 판매가 끝난 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0만원 안팎으로 팔리고 있다. 50주년 한정판이라는 문구에 끌려 볼펜을 구입한 블로거 꾸미는손(아이디 : v5337) 씨는 “60~70년대를 대표하는 볼펜으로서, 이번 한정판 볼펜은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경성대 경영학과 박찬원 교수는 한정판 마케팅은 소비자들을 경쟁시키기 위한 심리전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정판으로 나왔으나 시간이 지나 재발매되는 것은 좋은 마케팅으로 보기 어렵다”며 “한정판 마케팅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이 등장할 것이므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