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일거수일투족 언론 보도에 비판 여론…”현송월이 올림픽 출전하는 것도 아니고"

"정도 지나쳐" 피로감 호소하는 국민들…"남북 관계 개선 신호탄…보기 좋다" 반론도 / 정인혜 기자

2019-01-23     취재기자 정인혜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점검단이 방남한 가운데, 삼지연 관현악단 현송월 단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될 정도다. 일각에서는 다소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 단장 일행은 지난 21일 오전 9시께 차량을 이용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한에 들어섰다. 이후 서울역을 거쳐 KTX를 이용해 강릉에 도착했다. 이들은 황영조기념체육관, 강릉아트센터 등 공연장을 둘러봤으며, 22일 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행보를 집중 조명했다. 인터넷 신문을 비롯한 모든 신문사는 그의 행보를 다룬 소식을 메인 상단에 배치했다. 종편 채널에서는 현 단장의 옷차림, 식사 메뉴까지 속보로 내보냈다. “안녕하세요”라는 당연한 인사말에도 갖가지 의미를 담느라 방송에 출연한 패널들도 바빴다. 현 단장이 왜 손을 흔들었는지 분석하는 종편도 있었다. 특히 방남 첫날인 지난 21일에는 그의 옷차림에 온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현 단장은 짙은 감색 롱코트, 회색 모피 목도리, 발목까지 오는 앵클 부츠를 걸쳤다. 사실 우리 유행에는 한참 뒤떨어진 다소 촌스러운 옷차림이었지만, 언론에서는 난리가 났다. 언론의 보도는 현 단장이 어떤 옷을 입었다고 설명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옷, 액세서리 등의 재질과 가격, 패션에 담긴 정치적 메시지를 재단하는 기사도 있었다.
패션 잡지를 방불케 하는 기사도 다수 쏟아졌다. 지난 21일 한국일보는 ‘현송월의 패션 코드는...한국과 2% 어긋난 부티’ 제하의 기사에서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건 여우털 소재로 보이는 퍼 목도리다. 다만 목도리 길이가 길어 젊고 경쾌한 감각은 아니었다. 발목 높이의 앵클 부츠를 신은 건 과감한 선택”이라며 “튀는 핸드백 대신 채도가 낮은 팥죽색 토드백을 들고 온 건 중후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 같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지면 신문에도 실렸다. 같은 날 MBC는 “국내에서도 유행 중인 오버사이즈 핏의 롱코트로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했다”며 “코트 단추와 부츠에도 보석과 금속 장식으로 포인트를 줘 세련미를 더했다는 평가가 따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다수 네티즌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북측 인사의 방남 일정에 관심이 가는 건 이해하지만,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다. 관련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비판 의견들이 넘쳐난다. 한 네티즌은 “올림픽 개막이 코앞인데 경쟁국 정보, 메달 유망주, 역대 순위 이런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전부 북한 현송월 얘기뿐”이라며 “모피 목도리를 둘렀든 노끈을 감았든 관심 없으니 언론도 호들갑 좀 작작 떨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여기가 북한도 아니고 제발 저 여자 기사 좀 그만 써라”, “이딴 기사 쓰고 월급 받아가나”, “뉴스 보는데 내가 북한에 사는 줄 알았다”, “저것들이 뭐라고 이렇게 절절매는지 답답해 죽겠다”, “우리 할머니보다 더 촌스러운데 패션이 어떠니 난리 치는 것 보면 기도 안 찬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 같은 관심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다. 개성공단 폐쇄 등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됐던 상황이 오랜만에 개선 여지를 보이는 만큼 언론의 관심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직장인 오모(34) 씨는 “이번 평창 올림픽은 단순한 올림픽을 떠나서 남북 간의 대화 물꼬를 트는 데 의미가 있지 않냐”며 “북한 유명인사 현송월이 남한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남북 관계가 점차 회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