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우체통, 이제 추억 속으로...

정부, 이용률 저하 따라 철거 방침...노세대는 '씁쓸'

2014-05-07     취재기자 한승완

1884년 4월 22일, 우정총국에서 우리나라 최초 우편업무가 시작된 이래 130년 간 사람들의 소통을 도와준 우체통과 1902년부터 110년 간 사람들의 통화를 가능하게 해준 공중전화가 차츰 사라질 전망이다. 설치 대수에 비해 이용자 수가 적어 국세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연제 우체국 집배원 권모(37) 씨는 평일 두 차례 담당 구역 우체통을 찾아가 편지를 수거하지만 평균 2~3통 정도에 불과하고 편지가 없어 헛걸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체통이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것도 집배원들의 골칫거리다. 부산 망미 우체국 집배원 이모(42) 씨는 우편물을 수거할 때 항상 쓰레기봉투를 챙긴다. 그는 “내가 집배원인지 청소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중전화는 저조한 이용률로 인해 경제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통신업체들이 떠맡은 공중전화 적자는 총 1,70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우정사업본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012년부터 이용률에 따라 우체통과 공중전화를 철거하는 방침을 세웠다. 우체통은 3개월간 우편물이 없는 경우에 철거대상이 되고, 공중전화는 월매출 1,000원 이하인 경우에 철거대상이 된다.

철거규정이 시행된 지난 2012년 이후 2년 간 우체통은 6,000여 대, 공중전화는 2,000여 대가 감소했다. 그러나 아직도 손때 묻은 편지와 정감 있는 목소리가 그리워 우체통을 찾거나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사라져가는 추억의 통신기기를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8일 연제구에 사는 주진영(76) 할아버지는 손자로부터 뜻밖의 편지를 받았다. 손자가 직접 쓴 편지에는 할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주 할아버지는 기쁜 마음에 손자에게 답장을 썼으나 주변에 우체통이 없어 힘들게 버스를 타고 우체국에 가서야 부칠 수 있었다. 연제구 연오 경로당 관리자 배 모(72) 씨는 "우체통과 공중전화가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지만, 젊은 사람들이 모르는 우리 세대만의 추억이 우체통과 공중전화에 들어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런 철거방침은 지역 형평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지역의 우체통과 공중전화에 비해 왕래가 드문 지역은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진 곳의 우체통과 공중전화만 사라지고 시내에만 그것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남 김해시 진례면에 거주하는 박모(23) 씨는 군대에 있는 남자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한참 걸어 나가야 했다. 또 같은 지역에 사는 편모(68) 씨는 급한 상황에 공중전화를 찾았는데 “개똥도 약에 쓰려니 없다”며 불평했다.

이런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이 발송인을 방문해 편지 등 일반우편물을 받아주는 서비스인 ‘우편물 방문접수’를 통해 우체통이 필요한 소수 이용자의 불편을 개선하는데 힘쓰고 있다. 공중전화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TM기와 함께 운영되는 형태로 변신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홍보담당관실 주무관은 “효율성을 위해선 우체통을 철거하는 게 옳지만, 우편 서비스는 공공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소수 이용자의 수요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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