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 앱 ‘구닥’ 대박 비결은 스토리텔링...마케터 조경민 '불편함의 매력' 강조
17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구닥’...3일만에 사진 찾던 과거 사진관에 착안 / 조윤화 기자
매우 작은 뷰파인더, 3일이 지나야 겨우 확인할 수 있는 사진, 한 필름당 24장밖에 찍을 수 없는 카메라 앱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를 즐기는 청년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카메라 앱 ‘구닥’이다.
‘인생샷(인생에서 찍은 사진 중에 최고로 꼽을 만큼 잘 나온 사진)’을 위해 찍은 몇백 장의 사진 중 겨우 마음에 드는 한 장의 사진을 골라 SNS에 업로드하기도 하는 청년들은 구닥으로는 몇백 장 찍을 수도 없고,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음에도 필름카메라 감성이 물씬 풍기는 앱 구닥에 열광한다.
필름카메라 앱 구닥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작년 7월 7일에 본격 서비스가 시작된 구닥은 두 달여 만에 한국, 홍콩,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9개 국가에서 앱스토어 전체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조경민 마케팅 컨설턴트는 다른 카메라 앱에 비해 제약이 많음에도 구닥이 전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법은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말한다.
7일 경성대학교에 있는 부산 콘텐츠 코리아 랩이 주최한 강연에서, 조경민 마케팅 컨설턴트는 ‘세계를 사로잡은 불편함의 매력’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날 강연은 저녁 7시라는 다소 늦은 시간에 시작했음에도 여러 학생과 창업 꿈나무들이 대거 참석했다.
조경민 마케터는 “요즘은 사진을 '찍는다 보단 고른다'의 의미가 더 맞는 것 같다”며 “찍혀진 하나의 사진들이 용량을 채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 장 한 장이 추억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그가 얻은 답은 바로 필름카메라였고, 그것이 바로 구닥의 시작이었다.
또 그는 사흘이 지나서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한 필름당 24장밖에 찍을 수 없는 기능을 가진 앱을 개발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털어놨다. 그는 “사진을 다시 찍는 것이 만연해 있는 요즘, 여러 가지 제한을 둬 한 장 한 장 소중히 찍을 수밖에 없게끔 개발했다”며 "이런 의도를 마케팅에도 적용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품의 장점을 충분히 홍보하는 마케팅도 있지만, 제품 자체의 이야기를 마케팅에 녹여서 소비자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쉼없이 제공하는 것 또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구닥을 출시하기 전부터 “어떻게 하면 최대한 이야기를 앱에 많이 녹여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 예시로 사진이 인화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왜 하필이면 3일로 설정했을까에 대한 의문에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옛날 사진관이 갖고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구닥에 녹여내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그는 “옛날에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면 ‘3일 뒤에 찾으러 오세요’라고 말했다. 그 따뜻한 옛 기억을 구닥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이론’에 근거했다. 조 마케터는 “인간의 기억은 3일이 지나면 지워진다. 3일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사진이 인화되면 사진을 찍을 때의 기억은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고, 그 기억이 바로 추억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경민 마케터는 이러한 앱 개발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여러 블로거에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고 한다. 이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 받은 블로거들은 구닥에 관해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고, 조경민 마케터는 이것이 입소문을 일으켜 구닥을 홍보하는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고 전했다.
한편, 조경민 마케터는 강연이 끝난 직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지키며 참석자들과 셀카를 같이 찍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안모(22) 씨는 “평소 조경민 마케터의 팬이었다”며 “성공 요인이나, 앱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는 건 어찌 보면 남 좋은 일 하는 걸 수도 있는데 그런 거 없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