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알바생, '진상 손님'엔 '진상 서비스'
바닥 떨어진 음식 접시 담아 올리는 등 '은밀한 화풀이'
2014-06-10 취재기자 정은주
레스토랑에서 도가 지나친 손님들의 행동에 한계를 느낀 아르바이트생들이 손님에게 충격적인 비밀 서비스로 앙갚음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서빙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예의가 없거나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무시하는 손님에게 놀랍게도 고의적으로 몰래 나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떨어진 빨대나 식기를 그냥 내어준다거나, 집게를 사용해야 하는 음식을 씻지 않은 손으로 막 집어 담기도 하고, 심지어 떨어진 음식을 다시 접시에 담아 나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작년까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1년 가까이 했던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정모(22) 씨는 일을 하다 보면 더러운 음식물을 만져야 할 때도 있다. 또 걸레를 사용하면서 손에 이물질이 많이 묻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종업원은 자주 손을 씻어야 한다. 너무 바빠서 씻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은 까다로운 손님을 대접할 때에는 고의로 그냥 손을 씻지 않고 일을 계속한다. 정 씨는 “손님이 알면 놀라겠지만, 우리를 괴롭히는 손님을 서빙할 때는 씻지 않은 손으로 테이블에 나갈 음식을 준비하고 내어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유명 해운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한 지 1년이 조금 넘는 김모(21) 씨는 너무 몰상식하고 예의 없는 언행을 일삼던 여자 손님 4명에게 화가 나서 음식에 올라가는 손가락 모양의 치킨 조각인 치킨텐더를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그냥 내간 적이 있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생도 밖에 나가면 귀한 자식이고 똑같은 사람인데 아르바이트생을 너무 하대하는 손님들이 아직까지도 많아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질 나쁜 손님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불이익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 부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를 맡고 있는 권모(26) 씨는 레스토랑 서빙도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또 가격이 비싼 만큼 손님들의 요구 사항도 많고, 종업원도 사람이다 보니 항상 손님들에게 친절하기가 어렵다. 권 씨는 “가끔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반말로 무시하는 테이블에 무료로 나가는 후식을 유료라고 속여 요금을 부담하게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평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자주 외식한다는 부산 사하구에 사는 전모(32) 씨는 “일명 진상 손님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의식이 가장 큰 문제지만 아르바이트생도 손님 응대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아 그런 손님을 대처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며 “아직까지도 진상 손님이 많다는 사실이 서글프다”고 덧붙였다.
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총괄 매니저 김모(25) 씨는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전체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손님 대응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고 오픈 전 미팅 시간마다 직원들에 주의를 당부하겠다며 “까다로운 손님에 대해서 도가 지나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업원들의 행동에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