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연출가, 성폭행 논란 일파만파…“더러운 욕망 억제 못했다” 사과에도 싸늘한 반응
성추행은 인정·성폭행은 부인…"법적 절차 진행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 / 정인혜 기자
2019-02-20 취재기자 정인혜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윤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온 데 이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도 나오고 있다. 이윤택은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에 대해 사과했으나 성폭행 사실은 부인했다.
한 여성 연극인은 지난 17일 한 커뮤니티에 이윤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윤택 씨로부터 19세이던 2001년과 2002년 두 번의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고 말문을 연 그는 ‘성기 안마’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다른 피해자들도 이같이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황토방과 여관방에서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혀 반성 없이 십수 년 간 상습적으로 성폭력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나에게 일어났던 일을 폭로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며 이윤택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극단 나비꿈 대표 이승비 씨도 이윤택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는 CCTV도 없고 그는 그곳에서도 왕 같은, 교주 같은 존재였다”며 “발성연습을 하자고 하고 대사를 치게 하면서 온몸을 만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무섭고 떨려서 제 몸은 굳어져가고 수치스러움에 몸이 벌벌 떨렸다. 결국 제 사타구니로 손을 쑥 집어넣고 만지기 시작하여 전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고 도망쳐 나왔다”며 “그 뒤로 신경안정제를 먹고 산다. 이 무시무시한 일들이 더 이상 후배들에게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남긴다”고 글을 마쳤다.
논란이 커지자, 이윤택은 공식 석상에서 직접 사과에 나섰다. 다만 성폭행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사코 부인했다. 이윤택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에 대해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 제 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단원들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으나 고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이윤택은 “선배 단원들이 수차례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으나 번번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피해자 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극단 생활이 18년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말했다. 이어 “어떨 때는 이게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모호한 발언을 내놨다.
성폭행 관련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며 “이 사실의 진위 여부는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반박했다.
연극계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지난 18일 밤늦게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고 이윤택의 연극계 영구 제명·이윤택이 수상한 모든 상 취소·진정성 있는 참회와 사과·사법 절차 병행 등 네 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이윤택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그를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육두문자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한 네티즌은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 깨시민인 척 다하더니 뒤에서는 갑질에 성폭행에 아주 가관”이라며 “정말 추하게 늙어간 인간”이라고 혀를 찼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이건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 형사 처벌감인데”, “구속해라”, “추악하고 역겹다”, “늙어서 추태 부리네”, “볼수록 토 나오는 관상”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