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다’ 미투 운동, "자칫 ‘무고’ 피해자 나올라" 우려 제기
'성희롱' 지목된 배우 곽도원 "사실무근" 반박…"취지는 좋지만 익명성 기댄 폭로 부작용도 경계를" / 정인혜 기자
2019-02-26 취재기자 정인혜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성에 기대 근거 없는 주장이나 무고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도 미투-연희단 출신 배우 ㄱㄷㅇ’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예전엔 연희단에 있었고 지금은 영화판에서 잘 나가는 ㄱㄷㅇ 씨 잘 지내나요? 저랑 공연하던 7, 8년 전 일 기억나요?”라고 운을 뗀 글쓴이는 “당신은 벌써 잊었겠죠? 대기업 기획사 소속으로 들어가서 영화판에서 잘 나가가니 저랑 있을 때는 하찮은 기억이겠죠. 공연 시작 전 스트레칭할 때면 당신이 늘어놓는 음담패설 아니면 업소 아가씨 불러다가 뒹군 이야기를 들어야 했죠. 이제 갓 미성년자를 벗어난 여배우가 스트레칭하는 데다 대놓고 ‘창녀 하기 좋은 나이다’라고 하셨죠? 기억나시나요? 그때 스텝들과 배우들이 사과하라고 말하니까 하라고 하니까 싫다고 며칠을 그 난리치셨죠”라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 이윤택 사건 때는 이윤택 때문에 극단에서 쫓겨났다고 그래서 연극 못했다고 인터뷰했다면서요”라며 “저랑 연극할 때도 연희단 나온 뒤였고 그 뒤로도 몇 편 더 하셨잖아요. 이윤택 때문에 연희단에 계속 있지 못한 거지 연극을 못 한 건 아니죠”라고 말했다. 글쓴이가 공개한 가해 남성 이름의 초성, 이력으로 네티즌들은 곧바로 곽도원을 지목했다. 앞서 곽도원은 한 인터뷰에서 연극을 그만 둔 계기에 대해 “선배들 말을 안 듣는다고 극단에서 쫓겨났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글은 한 시간여 만에 삭제됐지만, SNS 등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곽도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그러나 곽도원 측은 공식 입장을 내면서 이에 반박했다. 그런 적도 없거니와, 해당 글쓴이가 주장하는 바와 곽도원의 실제 활동 시기가 전혀 다르다는 것. 곽도원 측에 따르면, 글쓴이가 7, 8년 전 함께 공연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당시 곽도원은 영화 <황해> 조연으로 촬영 중이었다. 11년 전인 2007년 연희단거리패에서 퇴단 당한 이후에는 연극 무대에 오른 적도 없다고.
곽도원 측은 이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곽도원은 “미투 운동에 대해서 적극 지지한다”며 “그러나 허위 사실을 포장해 유포하는 행위는 미투 운동과는 전혀 무관하며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미투 운동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급진적인 미투 운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다른 형태로 운동이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미투 운동 취지는 정말 좋은데, ‘내가 들은 게 좀 있다’ 식의 카더라는 자제해야 할 것 같다”며 “조민기처럼 피해자들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낸 게 아니면 다들 일단 정확한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진짜 사실만 주장하는 사람들만 나와야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분명히 나올 것 같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진짜 피해 상황마저도 거짓으로 의심받게 되고 사람들이 안 믿을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미투 운동을 악용하는 일이 없기를”, “무고한 여자 실명 공개해라”, “거짓고발로 악용하는 사례 나올 것 같다”, “미투 본질 흐리려고 누군가 계획적으로 흘리는 걸까봐 걱정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