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yuk Islets'이 맞나, 'Oryukdo Islets'이 옳은가?

지명 외국어 표기법 혼란...도(島), 궁(宮) 등 중복표기 기준 시급

2014-06-16     취재기자 이창대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1,217만 5,550명이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지만, 우리 관광지의 외래어 표기법이 외국인들에게 혼란을 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 처음 온 호주인 관광객 에이미 젠슨(20) 씨는 부산 지하철역 내 게시된 관광지도에 표기된 관광지 이름을 보고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지도에 있는 '오륙도(Oryukdo Islets)'를 가리키며 "나는 이 섬의 이름을 '오륙'으로 알고 있는데, 지도를 보니 이 섬의 이름이 '오륙'인지 '오륙도'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부산 경성대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크리스 에드워드 교수는 한국에 거주한 지 8년이 넘었다. 에드워드 교수도 오륙도 영문 표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오륙도'를 'Oryukdo Islets'라고 쓰면 '오륙도섬'과 같은 이중표기가 되어서,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은 헷갈릴 수도 있다며 "차라리 'Oryuk Islets'라고 쓰고, 그 밑에 'Oryukdo'라고 쓰는게 낫겠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 경영본부 영업처 조일규 담당자는 지하철 관광지도에 표기된 영문 표기법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용어 영어 표기 지침'에 따른 공식 표기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관공서가 만든 영문 지도는 한국관광공사의 표기 지침을 따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하나의 문화재가 여러 가지 영문으로 표기되어 혼란을 초래하자 통일된 표기 기준을 정했다. 이를 위해서, 문화재청은 2010년부터 세미나, 공청회를 거쳤고, 관계 전문가, 주한 외국인, 비영어권 유학생, 일반인 등의 의견을 청취했으며, 국립국어원, 국립중앙박물관, 한국관광공사, 서울특별시 등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여, 2013년 8월 1일부터 '문화재 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문화재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새 영문표기 기준에 따라서 문법상으로 오류가 있으나 한국 문화재나 관광지의 고유명사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이중표기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이 보도자료는 일반 외국인들은 ‘궁(gung)'이 'palace'를 의미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관광지 명칭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것이 좋고, 만약 의미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독도'를 'Dok Island', '남산'을 'Nam Mountain' 으로 표기한다면, 이러한 표기는 오히려 원래의 우리 관광지 이름과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김경애 담당자는 이메일을 통해 국립국어원도 문화재에 대한 외래어 명칭은 문화재청의 표기 지침을 따른다고 밝혔다. 그녀는 문화재청의 현행 지침에 따른 표기를 사용할 때의 장점은 우리 문화재 자체의 고유어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이며 외국인이 자신의 모국어나 영어로 'Gyeongbokgung' 또는 'Gyeongbokgung Palace'라고 말했을 때, 다른 외국인이나 내국인이 그 말을 듣고 이해하는 데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모든 문화재에 대해 통일된 표기법이 없다. ‘도쇼다이지’의 경우, 우리나라처럼‘사찰'을 뜻하는 고유어 '다이지(だいじ,Daiji)'와 영어 ‘Temple'을 이중표기하는 반면, '오사카 성'의 경우는 'Osaka Castle'로 표기한다. 하나의 사이트 내에서도 외국어 표기가 통일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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