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훈도 '미투 고발'..."제자 성폭행 후 ‘노예’ 만들었다"

"지속적 관계 요구 받아 자살까지 시도"...김태훈 사과문 발표했지만 "성폭행 아닌 연인 관계"주장 / 신예진 기자

2019-03-01     취재기자 신예진
배우이자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인 김태훈이 20여 년 전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종대는 28일 김태훈 교수의 직무를 정지하고 수업을 전면 중단시켰다. 김태훈은 이날 사과하면서도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앞서 27일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공식 페이스북에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익명의 글쓴이가 ‘배우 겸 세종대학교 교수 K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온라인에서 삽시간에 퍼졌다. 이후 피해자는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K 교수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김태훈 교수라고 실명을 공개했다. 90년대 말 글쓴이가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재학 중일 때 발생했다는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글쓴이는 “어느 날 서울 근교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마친 뒤 K 교수가 모텔에서 쉬었다 가자고 했다”며 “그냥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곳에서 K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글쓴이는 김태훈이 성폭행 이후 자신을 노예처럼 부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성폭행이 있었던 그 날 이후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게 너무 무서웠다”며 “성폭행을 저지른 이후로 노예처럼 부렸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그의 아내와 자주 만나게 했다”며 “러시아에 돌아가면 나를 식모로 데려가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사건 이후 글쓴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수 차례 자살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지내다 3년 동안 자살 시도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며 “스물아홉이 되던 해에 마지막 자살시도를 했지만 이렇게 생존해 이 글을 쓴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세종대가 먼저 대응에 나섰다. 세종대는 28일 김태훈의 수업을 전면 중단하고 직무를 정지했다. 김태훈은 올해 상반기에 연극학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스포츠조선에 따르면, 세종대 관계자는 “세종대학교 연극과 교수들과 학교 관계자들로 구성된 진상 조사 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라며 “오는 3월 2일 인사 위원회를 열어 김태훈 교수의 지위를 해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김태훈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전하는 사과의 말로 운을 뗐다. 스타뉴스에 따르면, 김태훈은 “저로 인하여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하신 여성분에 대하여 깊은 사죄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을 올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태훈은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해당 학생과 남녀관계였다는 것. 당시 김태훈은 배우자가 있는 기혼자였다. 김태훈은 "당시 저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을 한 것이었다“며 “2001년까지 여성분과 사귀는 관계였고, 그해 가을 있었던 다른 일로 헤어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연인 관계였다는 김태훈의 해명에 네티즌들은 뿔이 났다. 한 네티즌은 “결국 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이네”라며 “남녀 관계라니 피해자는 억울해 속이 터지실 듯”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성폭행 사건에 휘말리면 전부 입이 열 개는 되는 모양”이라며 "정말 더럽고 끔찍하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보통 애인 관계였다면 왜 여자가 괴로워하며 자책하고 자살까지 시도했을까?”라며 “같은 대학 같은 과 동문으로 도저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설명 자체가 비겁하고 추잡해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며 “맨입으로 사과할 생각 말고 피해 보상도 하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태훈은 2002년부터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연극 <인형의 집>, <오이디푸스 맨> 등에 출연했으며,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꾼>, <재회>에 조연과 주연으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