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가져 가기로 풀 수 있을까?

2014-06-23     칼럼니스트 박기철

1950년대 전후부터 미군기지였던 하야리아부대(Camp Hialeah)가 2010년에 폐쇄되었다. 소유권이 부산시로 이전되어 개방되었을 때 그 곳을 간 적이 있다. 황령산과 백양산 자락 아래 드넓은 땅의 풍경이 시원했다. 제발 이 곳에 높은 빌딩이 들어서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졌었다. 정말 그 바램대로 이 곳에 높은 빌딩이 하나도 건설되지 않고 부산시민공원이 조성되었다. 부산시 역대 업적 중에 가장 훌륭하다. 훌륭하다못해 위대한 업적이고 대단한 작품이다. 부산시민에게 영원히 좋은 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뉴욕에 센트럴파크, 런던에 하이드파크처럼 부산에 공원다운 공원이 조성된 것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부산시민공원을 찾았다. 공원을 미감있게 잘 지었다. 미군 숙소로 쓰이던 주황색 지붕 집들을 모두 부수지 않고 전시관이나 예술공방으로 만든 것도 좋았고, 의자와 탁자들도 편하게 앉아 쉬기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 그늘을 주는 나무들도 자라고 그 위에 누울 수 있을 만큼 잔디도 튼튼해질 것이다. 점점 더 포근하고 아늑한 아름다운 그야말로 명품 공원이 될 예감이 든다.

부산시민공원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공원 안에 쓰레기가 없어 깨끗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개장 초기에 시민들이 많이 몰려 쓰레기가 많이 나왔다는 신문기사를 읽었을 때는 깨끗한 공원이 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쓰레기 없는 공원을 만들겠다는 공원 책임자의 인터뷰 기사가 신문에 실렸을 때는 깨끗한 공원에 대한 기대가 느껴졌다. 하지만 깨끗한 공원을 이루어 가는 방향에 대해 필자는 180도 다른 생각을 가진다. 부산시민공원은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을 통해 쾌적한 공원을 만들려고 한다. 물론 그렇게 해서 깨끗한 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자. 관점을 바꾸어서 가만히 곰곰히…

되가져간 쓰레기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가령 공원에서 과자와 음료를 사먹었다면 그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공원 안에서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되가져 가라는데…. 그 정도 가벼운 쓰레기 정도면 집으로까지 가져갈 수도 있다. 그런데 일회용 도시락처럼 부피가 큰 쓰레기가 나오는 음식을 먹었다면 그 쓰레기는 어디로 향할까? 필자는 실제로 그런 일을 겪었다. 군에 간 아들 면회를 갈 때 피자와 치킨을 시켰는데 군대 안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하였다. 결국 버려진 곳은 인근 지하철 역의 휴지통이었다. 부피가 제법 되는 그 큰 쓰레기를 작은 휴지통에 버리니 쓰레기통이 금방 찼다. 미안했지만 쓰레기를 집에까지 가지고 지하철을 탈 수 없었다. 평생 자가용 없이 살겠다고 다짐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신세이기에 그리 되었다. 부산시민공원을 찾는 시민들도 나처럼 그리 하지 않을까? 결국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공원 안은 깨끗해지겠지만 공원 밖은 그만큼 더러워질 것이다. 풍선효과다. 풍선의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불거지듯이, 쓰레기도 이쪽을 규제하면 저쪽으로 옮겨간다. 쓰레기 되가져 가기의 근본적 문제다. 부산시민공원 안에 쓰레기 되가져 가기를 하는 게 역부족이었는지 화장실이나 매점 근처에 간이 휴지통이 설치되어 있었다. 원래는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었는데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는 것이 문제가 되기에 임시로 놓은 것이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임시방편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산에 가면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것이 맞다. 필자는 산에 가면 내 쓰레기는 물론 남들이 여기저기 버린 쓰레기도 바리바리 주우며 내려온다. 그런데 이를 공원에 적용할 수 있을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작은 사고다. 산에서 본 표어를 그대로 공원에다 붙이는 일은 단편적, 이기적 발상의 발로다. 공원 입장에서 시민들이 쓰레기를 되가져 간다면 쓰레기가 없어 깨끗해져서 좋고 쓰레기 처리비용도 절감되니 일석이조다. 하지만 되가져 간 쓰레기가 결국 어디로 갈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큰 생각이다. 부산시민공원은 쓰레기에 대해 속좁은 사고가 아니라 폭넓은 사고를 가져야 마땅하다. 바로 자기네 공간 안 눈 앞의 청결 만이 아니라 밖으로 주변을 널리 둘러보아야 한다. 공원에 쓰레기통을 놓는 것이, 안놓는 것이 좋은지 설문조사해서 시민들에게 일일이 의견을 물어보아 판단할 일이 아니다. 공원 운영자의 안목으로 결정할 일이다. 동물들 중 유일하게 쓰레기를 배출하는 인간(Homo rubbish) 사회에서 애초에 쓰레기가 덜 나오도록 하고 버려질 쓰레기가 마구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정식 쓰레기통에 버려지도록 해야 하며 버려진 쓰레기는 제때제때 처리되도록 전반적 쓰레기 관리 시스템(Overall Waste Management System)을 갖추는 일이 급선무다. 공원이 깨끗하게 된다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다. 결국 부산시민공원은 쓰레기를 능히 품어야 한다. 부산시민들에게 쓰레기를 되가져 가라고 강요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부산시민 의식 성숙도가 낮다고 불평해서는 곤란하다. 부디 부산시민공원이 쓰레기 되가져 가기 운동이 아니라 쓰레기를 관리하는 일에 모범이 되었으면 좋겠다. 깨끗한 공간의 선도자가 되어 부산 전체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素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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