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보다 실용!...젊은이들 어깨엔 ‘에코백’이 대세
사은품 취급 받던 천 가방이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
2013년 디큐브시티 백화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년의 날에 갓 스무 살이 된 성인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명품가방이 꼽혔다. 이처럼 명품을 선호하는 이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길거리는 물론 대학교 내에서도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이 쉽게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 명품가방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방이 등장했다. 바로 ‘에코백(eco bag)’이다. 이는 생태(계)를 뜻하는 ecology와 가방의 bag이 합쳐진 말로 환경을 생각하는 가방이란 의미를 지닌다. 에코백의 특징은 최고급 가죽을 사용하는 명품가방과는 달리 천연 면, 불에 타는 컨버스 천 등 땅 속에서 분해되는 재료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에코백은 10여 년 전 백화점과 의류 매장 등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비닐과 종이가방을 줄이자는 의미에서 주로 사은품으로 증정돼던 싸구려 가방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디자인은 촌스러웠고, 외출용으로 가지고 다니기에는 멋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에코백은 디자인과 실용성,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워 ‘핫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드라마나 일상생활에서 에코백을 들고 나니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일반인들이 에코백에 관심을 갖기 사작했다. 부산시 진구 서면에 위치한 아메리칸 어패럴 관계자는 "디자인에 신경 쓴 에코백 제품들이 많이 나오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소재가 천이라 가격이 저렴하고, 아무데서나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게 에코백의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에잇세컨즈 사의 1만 4,900원 짜리 에코백 3,000장이 출시 한 달 만에 매진됐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이 회사의 관계자 문모(25) 씨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본사 측에서 재 주문에 들어 갔다.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코오롱 FnC에서도 멋을 살린 에코백을 처음 선보였는데, 역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이 에코백은 온라인 몰에서만 판매했음에도, 한 달도 채 안 돼 생산물량의 70%가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웠다고 코오롱 FnC가 밝혔다.
에코백의 인기가 점점 높아질수록 전문적으로 에코백을 만드는 업체도 늘고 있다. 온라인 업체인 e2mall 사는 최근 에코백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2000원 대에서 6000원 대까지 파격적으로 싼 가격의 에코백을 선보였다. 이 업체는 에코백의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공략하고 있다. e2mall 사의 관계자 장모 씨는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겨 에코백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에코백의 저렴한 가격과 단순한 디자인을 살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코백은 값도 싸지만 무더운 여름에 더 실용적이다. 부산시 금정구 금사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재환(25) 씨는 최근 에코백을 세 개 구매했다. 이 씨는 에코백 세 개를 구매해도 전혀 금전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에코백을) 하나에 만 원대면 충분히 살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돈 부담 없이 샀다”며 “특히 여름에 백팩을 메면 등에 땀이 차고 불편했는데, 에코백은 전혀 땀 찰 걱정이 없다”고 이 씨는 말했다.
이처럼 에코백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에코백은 친환경적인 것 뿐 아니라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이나 잡지에서 연예인들이 자주 착용하는 에코백을 소개하면서 에코백의 디자인이 점점 다양해지는가 하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은 에코백도 있다. 부산의 한 백화점에 근무 중인 김현진(25) 씨는 연예인이 착용한 에코백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 김 씨는 “어떠한 옷에도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구매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아마 못 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에코백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문구점이나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무색의 에코백에 자신만의 디자인을 염료를 이용하여 그리거나 찍어내기만 하면 된다. 부산 동명대에 재학 중인 엄채윤(23) 씨는 최근 에코백 재료를 직접 구매해서 만들었다. 엄 씨는 자신만의 에코백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에코백을 만들고 싶었다”며 “인터넷에 소개돼 있는 대로 따라하니 나만의 에코백 만드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에 사는 주부 안영자(55) 씨는 딸에게 받은 에코백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특히 장보러 갈 때, 안 씨는 에코백을 꼭 챙긴다. 안 씨는 “이것저것 장볼 때 에코백만한 게 없다”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줬더니 너나할 것 없이 다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최윤나(23) 씨는 자칭 에코백 마니아다. 최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에코백을 들고 외출한다. 최 씨는 “솔직히 명품가방 하나 사는 것보다 에코백 여러 개 사는 것이 대학생에게는 훨씬 유용하다”며 “친환경적이고, 실용적이고, 디자인까지 겸비한 에코백이야말로 대학생을 위한 가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