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히 퇴장한 고은 시인...업적 기린 ‘만인의 방’ 철거 완료
서울시, "서울도서관 내 해당 공간은 월드컵 거리응원· 촛불집회 등 서울광장 역사 조명에 활용"/ 신예진 기자
2019-03-12 취재기자 신예진
고은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는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이 철거됐다.
12일 서울경제에 따르면, 서울도서관은 12일 오전 3층 전시실에 마련된 만인의 방을 철거했다. 공간이 문을 연 지 딱 111일 만이다.
서울시의 철거 결정은 고은 시인이 과거 문단 후배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은 것에 뒤이어 나온 것이다. 논란이 불거진 후, 서울시는 지난 2월 말 공간 철거 방침을 세웠다. 이후 공간에 가림막을 쳐 관람객 접근을 막아왔다.
서울도서관 측은 최근 고은 시인 측에 철거 방침을 미리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KBS에 따르면, 고은 시인 측은 서울시의 통보에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취지의 답변을 남겼다.
만인의 방은 예산 3억 원을 들여 지난 2017년 11월 21일 문을 열었다. 공간 이름은 고은 시인이 직접 이름을 붙였다. 자신의 대표작 <만인보>에서 땄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고은 시인의 서재를 재현한 만인의 방에는 고은 시인의 필기구, 안경, 모자, 집필자료, 도서 등이 채워져 있었다. 모든 물품은 시인에게 기증받았다.
만인의 방 철거에 따라 전시품은 고은 시인에게 반환된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SBS에 “전시품이 일단 ‘기증’된 이상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다”며 “그래도 굳이 서울시가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 적절한 시기에 반환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도서관 3층 만인의 방이 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전시관이 들어선다. 서울광장의 역사와 이력을 조명하는 전시 공간이 들어올 예정이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과 재작년 촛불 집회 등을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KBS를 통해 전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서울시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혈세만 낭비했다“며 분노했다. 한 네티즌은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간인데... 고은에게 청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한 때는 노벨상 후보였는데 결국 이렇게 끝나네“라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이 외에도 네티즌들은 ”고은 시인은 어떻게 명성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만든다고 돈 들여, 뜯는다고 돈 들여“, ”민족 시인이라고 불렀었는데“, ”피해자들에게는 악마의 방이었겠네“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