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아가씨들 명품 샌들 태반이 가짜, 가품
형태와 재질 교묘하게 흉내내 인터넷, 동네 매장 통해 박리다매
여름은 샌들의 계절이다. 요즘 도시 번화가나 대학가 주변에는 각종 샌들로 멋을 부린 아가씨들이 한껏 여름을 즐기며 돌아다닌다. 갈색의 바닥 쿠션에 흰색이나 검은색의 단색 가죽이 버클로 마무리된 샌들은 유명 브랜드 ‘버켄스탁’ 샌들이다. 마찬가지로 푹신한 쿠션에 검은색 끈이 발등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샌들은 역시 유명 브랜드인 ‘테바’ 샌들이다. 그러나 길거리의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과연 정품을 신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정품과 비슷하지만 형태나 재질이 미묘하게 다른 가짜 고급 샌들이 제철을 만난 듯 판치고 있다.
대학생 장모(22,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씨는 얼마 전 인터넷의 한 쇼핑몰에서 가품 샌들을 구입했다. 그녀는 정품과 겉으로 봤을 때 별 차이가 없고, 신는 데도 딱히 불편한 점이 없어서 가품을 구입했다. 장 씨는 “대학생들은 가격 면에서 부담이 적은 가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라고 말했다. 반대로 직장인 이모(25, 부산시 진구 부전동) 씨는 정품을 사서 신고 있는데, 가품 샌들이 최근 들어 더 늘어난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정품을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샀는데 그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시빅뉴스는 서울의 대학가 주변과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정품 매장과 지하상가를 몇 군데 임의로 조사했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이나 작은 가게에서 가품 샌들을 파는 것이 목격됐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버켄스탁st 샌들’, ‘테바st 샌들’이라는 말이 버젓이 쓰이고 있었다. 이는 버켄스탁이나 테바라는 정식 브랜드에 'style'을 뜻하는 ‘st’라는 줄임말을 붙인 것으로, 자기들 제품이 '정품과 비슷하다, 그러나 정품은 아니다'라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st를 정품 브랜드 이름에 붙이는 방식으로 물건을 파는 행위는 버켄스탁과 테바 이외에도 특정 브랜드의 가품을 팔 때 주로 나타난다.
테바 정품 가격은 5만 원 정도인 반면, 가품은 3만 원 정도다. 버켄스탁의 경우, 정품 가격은 8-10만 원 정도지만, 가품은 보통 2만 원 정도이고, 검색만 잘 하면, 1만 원 정도의 가품도 있다. 이와 같은 가격 차이 때문에, 정품 판매업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서울 강남구 정품 샌들 매장 직원 천모(28) 씨는 인터넷에서 정품 브랜드 네임에 st를 붙여 가품을 판매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 그녀는 “요즘 인터넷에 워낙 가품이 성행하고 있어 솔직히 정품의 매출 감소에 영향을 받아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인터넷에서 ‘OOst 샌들’이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집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온라인 쇼핑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품을 제재할 만한 제대로 된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품 브랜드 명을 그대로 쓰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이고 브랜드명 뒤에 ‘st'를 붙이는 행위도 원칙적으로는 잘못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뒤에 'st'를 붙임으로써 정품 브랜드가 아님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기가 애매합니다”라고 말했다.
가품 샌들들이 st를 써서 애매하게 상표 도용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정품의 디자인을 모방한 것도 명백하다. 샌들 매장 직원 천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매장도 가품들이 디자인을 모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그러나 법적인 디자인 모방 판단 기준이 애매해서, 인기 상품의 디자인을 따라하는 경우에 제대로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