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고소에 프레시안 맞고소…사생결단 진실공방
정봉주 "성추행 의혹 당일 딴 곳 있었던 것 입증할 사진 780장 있다"…프레시안 "피해자 주장 사실 확실" / 정인혜 기자
2019-03-16 취재기자 정인혜
성추행 의혹으로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과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이 서로를 고소했다. 한 치도 양보 없는 양측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프레시안은 익명을 요구한 폭로자의 인터뷰를 인용, 정 전 의원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의 변호인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성추행이 있었다고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 일정이 연속 촬영된 780여 장의 사진을 확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성추행 장소로 지목된 렉싱턴 호텔에 들른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변호인단은 성추행이 벌어진 장소와 시간대로 지목된 당일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렉싱턴 호텔이 아닌 다른 곳에 정 전 의원이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780장의 사진을 통해 민국파와 프레시안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다”며 “‘정 전 의원을 수행해 여의도에 갔다’는 민국파 역시 당일 여의도에 간 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언했다. 민국파는 정 전 의원의 팬클럽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의 카페지기로, 이날 정 전 의원을 수행했으며 정 전 의원이 렉싱턴 호텔에 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변호인단은 이 사진 자료를 이르면 이날 중 서울경찰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프레시안도 정 전 의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며 맞불을 놨다. 고소 이유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프레시안 언론협동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 전 의원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측은 “피해자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자신이 지지하고 응원했던 한 정치인으로부터 씻어낼 수 없는 악몽을 겪었다”며 “서지현 검사가, 김지은 씨가 먼저 외쳤고 이에 힘입어 어렵게 용기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이어 “상처 입은 피해자를 학창 시절부터 토닥여주던 프레시안 기자의 펜을 빌어 ‘나도 당했다’고 내뱉은 것”이라며 “피해자는 이미 극성스러운 이들의 돌팔매질로 2차 가해를 받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단독 보도한 서어리 기자와 이를 폭로한 여성은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프레시안 측은 이번 보도의 본질이 ‘진실 공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외침이 사실로 입증되어 가는 과정을 핵심으로 봐야한다는 것. 이들은 “이번 보도는 그에게 당했던 악몽을 7년 만에 세상에 토해낸 피해자의 외침이 사실로 입증되어 가는 과정이 핵심”이라며 “사건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주장은 유력한 목격자의 증언에 의해 이미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정 전 의원은 부인하며, 피해자를 향해 시간과 장소를 한 치의 오차 없이 기억해내라고 다그치다 검찰로 갔다”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본인의 기억을 추정해서 폭로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나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게 현실 아니냐”며 “누가 갑이고 을인지 모르겠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누는 기준은 진실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성범죄의 처벌 수위와 배상액을 지금의 열 배 정도로 올려야 하고, 무고죄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야 한다”며 “정 전 의원의 정치생명이 끝날지 프레시안이 폐간될지는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