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안 하면 비정상?...연애 강요당하는 젊은이들 "솔로는 선택일 뿐"
전문가 "연애는 개인의 자유...비자발적 솔로는 사회가 도와줘야" / 안소희 기자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자신을 향한 왜곡된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스스로 솔로를 선택하거나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연애를 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향해 ‘뭔가 모자란 것 아닌가’ 하는 편견의 화살이 날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로부터 "연애 좀 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는 김윤수(25, 부산 중구) 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친구들이 ‘살 빼면 연애할 수 있는데 왜 빼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게 듣기 싫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외모에 대한 지적까지 받아가면서 친구의 잔소리를 듣고 있으면 한숨이 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일하는 정다운(22, 부산 사하구) 씨는 환자들에게서 '왜 남자친구가 없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정 씨는 “나는 괜찮은데 왜 주변에서 더 극성인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남자처럼 하고 다녀서 남자를 못 만난다'는 소리도 들어 속이 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SNS에서도 솔로는 불쌍한 사람으로 묘사되는 걸 보니, 연애를 못 하면 사람 취급도 안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애소개팅 앱 ‘은하수 다방’에 따르면, 미혼남녀의 명절 스트레스 1위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압박’이라고 한다. 하지만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요즘 연애를 하지 않는 젊은이들은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연애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연애를 하지 않으면 외모를 지적당하거나 성적 정체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이런 세태는 2017년 6월 결혼 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380명을 대상으로 ‘자발적 솔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 10명 중 8명(78.7%)은 스스로 솔로 생활을 선택한 경험이 있었다. 솔로를 자처한 이유로는 여성은 ‘연애 욕구가 생기지 않아서’가 33.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연애 휴식기가 필요해서’(25.2%), ‘솔로 생활에 만족감이 커서’(23.9%)가 뒤를 이었다. 남성은 ‘마음에 드는 이성이 없어서’가 28.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애욕구가 생기지 않아서’(25.0%), ‘연애 휴식기가 필요해서’(22.9%)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연애 지상주의자’를 자처하는 이지은(21, 부산 남구) 씨는 “사람은 혼자보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며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재기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연애를 강요하는 사회적 편견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정신적, 물질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젊을 때 연애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솔로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므로 그들을 비난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젊은이들이 여유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솔로로 내몰린다면 연애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