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 마셔라' 억지 회식이 부담된다면 '칵테일 모임'은 어때요?
개인 취향·주량 맞춰 부담없이 다양한 선택 가능...워라밸과 미투 운동 영향으로 인기 / 김민성 기자
2018-03-27 취재기자 김민성
주량이 많지 않은데도 쉴새 없이 이어지는 '건배 제의'에 억지로 술잔을 비워야 하는 한국식 회식문화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많다. 이같은 일률적 직장 회식에 반기(?)를 들고 개인의 주량과 입맛에 따라 자신에게 꼭 맞는 음료를 선택하는 '칵테일 회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행사에 근무하는 회사원 김소형(27, 경기도 평택시) 씨는 "술을 마시면 안되는 체질인데 회식에 참여하면 상사의 반강제적 권유에 내키지 않아도 술잔을 비워야 할 때가 적지 않다. 사원이 단합하고 즐거운 사내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라지만 이런 강제적 회식은 나에겐 적응하기 힘든 업무의 연장선으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다"며 술을 강요하는 한국식 회식문화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과 '미투(#Me too) 운동'이 확대되는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를 타고 회식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칵테일 회식. 주량과 입맛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음료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술에 약한 사람도 논알콜 칵테일을 선택해 동료들과의 술자리 분위기에 끼어들수 있다. 다채로운 색깔과 향을 가진 다양한 칵테일이 눈과 입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안주에 어울리는 술을 고를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장점.
시끄러운 펍이나 선술집과 달리 칵테일 바는 조용하고 아늑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봉규(32, 부산시 대연동) 씨는 한 달에 한 번, 가게 회식 때마다 해운대의 칵테일 바를 예약하곤 한다. 정 씨는 "1차 모임에선 직원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2차로 칵테일 바를 가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칵테일을 주문해 마시면서 부담없이 업무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어 좋다"고 '칵테일 예찬론'을 펼쳤다.
평소 커피를 즐겨마시는 직장인 최영민(29, 부산시 남구) 씨는 업무 후에 동료들과 칵테일 바를 가면 깔루아 커피를 자주 마신다. 최 씨는 "바텐더에게서 깔루아 커피를 추천받아 처음 마셔봤는데 마음에 들었다"며 "칵테일 글라스에 깔루아와 커피를 넣고 휘핑 크림을 올려 먹으면 진한 커피의 풍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칵테일의 종류는 다양하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칵테일 '모히또'는 무알콜으로도 즐길 수 있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조금 더 강렬한 향을 원한다면 '마티니'가 좋다. 쓴 맛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다른 칵테일을 취향대로 선택해서 즐길 수도 있고 바텐더에게 추천받은 술을 다양하게 맛보는 재미도 있다.
이처럼 새로운 유형의 회식 문화가 나타나면서 이전의 '부어라, 마셔라' 식 회식문화가 진화하고 있다. 칵테일 회식 외에도 최근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닫힌 회식 공간이 아닌 개방된 운동시설이나 스크린 야구, 볼링 등 활동적인 회식 문화가 점차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도 최근에 나타난 새로운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