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에 남자 여자 구분없다, 왜 여자만 미투(Me Too)하나? / 박진아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미투 운동’이 활발하다. 여성 피해자들의 제보로 많은 응원과 또 다른 용기의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여자만 피해자일까? 예로부터 여성은 사회에서 약자로 여겼고, 상대적으로 남자가 여자에게 가해하는 경우보다 여자가 남자에게 가해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적기 때문에 ‘남자가 가해자’라는 프레임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반드시 남자가 가해자라고 못 박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예전부터 방송에서는 여성 출연진이 남성 출연진에게 상의 탈의를 요구하거나 몸이 탄탄하다며 한 번 만져보자고 요구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보고도 대부분의 경우 ‘남자니까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곤 한다. 그렇다면 입장을 바꿔보면 어떨까? 반대로 남성 출연진이 여성 출연진에게 이처럼 무례한 요구를 했다면 아마 그 방송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며, 남성 출연진을 향한 비난 또한 거세게 쏟아졌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남성들도 각종 성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이다. 뉴스를 통해 남성들의 피해 사례가 종종 밝혀지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는 한 남성이 과거 남성 교수에게 강제추행을 당하고 성행위를 강요당했다고 SNS에 폭로하기도 했다. 게다가 기사를 조금만 찾아 읽어보면 남성 직장인들이 여성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것도 적지 않게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성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여성 성범죄가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조심스럽지 못하게 의례적인 행태로 남성들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일이 있다. 그것은 남자 화장실에 여성 청소부가 들어오는 것이다. 여자 화장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남자 화장실에 갑자기 여성이 들어온다면 어떤 남성이라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많은 남성이 이를 경험하고 불쾌감을 호소하지만, 이 부분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남성들의 성적 차별을 무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남성도 성적으로 차별받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성폭력은 남성과 여성 간의 문제가 아니고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권력을 통해 발생하는 폭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현재의 미투 운동이 진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펜스 룰’과 같은 대안의 도입으로 남성과 여성 간의 장벽을 만들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모든 피해자를 아우르는 '약자'를 위한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