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회?"...안 된다던 광고제, 부산에서 '우뚝'
최환진 부산국제광고제 집행위원장, "우리는 융합과 창조로 칸광고제에 도전한다"
부산국제광고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2014 부산국제광고제에는 62개국의 1만 2,591편의 광고 작품이 출품되며, 이는 부산국제광고제 역대 최다 출품수다. 매년 발전하는 부산국제광고제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시빅뉴스는 지난 19일 광고제 준비와 홍보로 한창인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의 한 호텔에서 부산국제광고제의 수장 최환진(55)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부산국제광고제의 집행위원장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집행위원장은 전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등 부산국제광고제를 총괄한다. 또한 대외행사에 참석해 대외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데 힘쓰고, 광고제 후원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2014 부산국제광고제의 주제는 융합이다. 이에 대해 설명한다면?
부산국제광고제의 기본적 이념은 융합, 즉 컨버전스(Convergence)다. 융합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융합을 뜻한다. 기존 광고제는 오프라인 광고제다. 예를 들자면, 칸 국제광고제는 6월말 1주일 동안 프랑스의 칸 지역에 있어야만 참석할 수 있다. 이런 오프라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부산국제광고제다. 우리 광고제는 모든 작품이 온라인으로 출품된다. 온라인의 특징은 365일 언제든지 열려있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광고를 출품하고, 타인의 출품작을 볼 수 있다.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달 수도 있다. 우리는 타인이 제시한 의견도 볼 수 있는 열린 광고제를 지향한다. 부산국제광고제의 기본 이념인 융합을 올해 더욱 강조하는 이유는 광고가 가진 의미의 범위가 넓어지고, 실제로 광고와 문화, 광고와 첨단 기술 등 광고와 다른 분야가 결합된 다양한 형태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광고의 창의성을 구현하는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Creative Technologist)라는 직종과 이들이 일하는 연구소가 생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것은 이번 부산국제광고제의 한 세미나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올해 부산국제광고제는 역대 최다 출품수를 기록했다. 그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 번째 요인은 온라인 시스템의 도입이다.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부산국제광고제에 출품할 수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출품료 무료 정책이다. 다른 국제광고제는 출품료를 상당히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칸 국제광고제는 한 작품당 1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부산국제광고제는 문화관광부와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출품료를 받지 않음으로써 좋은 작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부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부담 없이 출품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부산국제광고제를 짧은 기간에 성장시킨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로렌 코넬리, 유야 후루카와 등 광고계의 세계적 유명 인사들이 심사위원 및 연사로서 참석한다. 이들의 부산국제광고제 참석이 의미하는 바는?
매년 유명 광고인들이 심사위원이나 연사로 참여했는데 올해는 특히나 유명한 광고인들이 많이 올 예정이다. 이들이 바쁜 일정 속에 시간을 내서 부산까지 온다는 것은 부산국제광고제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차이나 스페셜’이란 프로그램이 신설됐다. 우리나라에게 있어서 중국의 광고 산업은 어떤 대상인가?
중국은 미국과 쌍벽을 이룰 정도의 경제 대국이 되었고, 광고 시장에서도 미국에 이어서 2순위 광고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중국의 광고 시장이 규모는 커졌지만 질적인 성장은 아직 미흡하다. 그래서 해외의 좋은 광고 노하우를 도입하려는 욕구가 굉장히 많이 있다. 그리고 성장이 정말 빠른 시장이기 때문에 광고제에 참여해 상을 받고 싶은 욕구도 많다. 이것이 부산국제광고제에 중국 기업이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를 하려는 이유다. 거꾸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이렇게 크게 성장한 중국 광고 시장이 비즈니스 찬스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거래처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광고 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의 광고를 제작 및 대행하는 등 우리나라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부산국제광고제가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조캠프’와 ‘창조스쿨’ 프로그램이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부산국제광고제는 공공성이 강한 광고제여서 두 가지 프로그램 다 일반인 혹은 학생들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지난해 창조캠프는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진행했는데, 프로그램 담당자들의 지도 아래 일반인 80명이 1박2일 동안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실습을 통해 창조적인 솔루션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일반인들의 반응이 대단히 좋았다. 이에 힘입어 올해는 창조캠프란 프로그램도 추가로 신설했다. 신청을 미리 받아 무료로 광고 관련 강의를 해주는 방식인데, 온라인상에서 신청이 폭주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집행위원장이 생각하는 광고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란 무엇인가?
크리에이티브를 우리나라 말로 해석하면 ‘창조성’, ‘창의성’, ‘남과 다른’, ‘새로운’을 뜻하는데, 광고의 창의성은 예술의 창의성과 상당히 다르다. 광고의 목적은 마케팅이다. 기업이나 브랜드를 알리고 물건을 판매하기 위함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단지 독창성으로 끝나는 일반적 크리에이티브보다는 실제로 기업이나 브랜드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창의적인 솔루션이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한다.
-최근 접한 광고 중 가장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든 광고는?
펩시콜라와 비영리재단 ‘마이 쉘터 파운데이션(My Shelter Foundation)’이 힙을 합쳐 필리핀에서 시행한 ‘리터 오브 라이트(Liter of Light)’라는 캠페인이다. 펩시콜라를 마시고 나면 남는 페트병에 물을 채워 필리핀 빈민가의 얇은 슬레이트 지붕에 구멍을 뚫어 그 페트병을 꽂아주는 무료 봉사활동이다. 필리핀은 햇빛이 강한 나라여서 물이 담긴 페트병이 55와트(watt) 규격의 전구 역할을 한다고 한다. 즉 전구를 달아주는 것과 다름없다. 비록 햇빛이 있는 낮에만 전구로 쓰이지만 무려 4만 가구에 이 페트병 전구가 달렸다. 정말 감동적인 아이디어고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부산국제광고제가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데,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나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부산국제광고제가 출범할 당시 부산국제광고제를 대표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한 광고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하는 중역들을 만났는데, 그 사람들은 “한국에서, 그리고 부산에서 이런 것을 한다고? 이게 되겠어?”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더니 “첫해에 출품 수가 500편이라도 된다면 성공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첫해 실제 출품작은 3,000편이 넘었다. 매해 출품작 수는 늘어났고 참가국 또한 많아졌다. 몇 년 후 앞서 언급했던 일본 광고회사의 중역들 중 한 사람을 연사로 초청해 부산국제광고제가 어떻게 진행돼가고 있으며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일본에 돌아간 그 중역이 부산국제광고제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한다. “어떻게 부산국제광고제와 같은 국제광고제가 한국에서 저렇게 잘 자리 잡게 되었느냐”, “왜 일본은 이런 것을 못하느냐”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고 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한 때는 우리를 무시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를 정말로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뿌듯했다. 참고로 지금도 일본에는 국제광고제가 없다
-부산국제광고제가 지향하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7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아시아 최대의 광고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광고 분야에만 자리매김하고 멈출 생각이 아니다. 디지털 영상 분야도 개척할 생각이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글로벌 영상 특성화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부산의 영상 산업에서 차지하는 각 항목들의 비중을 보면 영화가 약 7%, 방송은 약 25%, 광고가 약 25% 정도다. 나머지 비중은 새롭게 떠오르는 디지털 영상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영상을 중심으로 한 산업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부산국제광고제에 영상 콘텐츠 분야를 신설할 계획이다. 부산국제광고제라는 행사 이름도 부산국제크리에이티브컨벤션으로 바꿀 것이다. 광고와 디지털 영상 두 분야를 아우르는 보다 중요한 크리에이티브의 장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부산국제광고제에 참여할 생각이 있거나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부산국제광고제는 우리 사회를 바꾼 혹은 바꿀 아름다운 아이디어, 창의적인 솔루션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반 시민들이나 학생들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전시회도 보고 세미나에도 참석하며 우리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으면 한다. 참여 후 집에 돌아가서는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좋은 방법들을 고민해보는 자신만의 뜻 깊은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