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헤매는 롯데 자이언츠...그래도 박물관엔 아련한 우승의 추억이 있다
사직야구장 정문 게이트 옆...영웅관, 우승·준우승관 등엔 롯데 두 차례 우승시킨 스타들 족적 전시 / 이종재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했던 기억이 실로 가물가물하다. 1992년을 끝으로 26년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올 들어서도 롯데의 성적은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아득한 우승의 추억을 더듬어 보려고 지난 주말 부산 사직야구장 내 롯데 자이언츠 박물관을 방문했다.
롯데가 우승과 멀어진 이유가 뭘까? 롯데 팬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할 뿐이다. 혹시 박물관에 가면 답이 숨어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발길을 재촉했다.
롯데 자이언츠 박물관은 사직야구장의 정문 출입 게이트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영웅관, 우승·준우승관, 역사관, 용품관, 체험관 등 5개 관으로 구성돼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자이언츠의 영웅관’이다. 여기는 롯데 자이언츠 역사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기념하고 있다. ‘무쇠팔’ 故최동원,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 ‘탱크’ 박정태, ‘호랑나비’ 김응국 선수 등 뭇별과 같은 과거의 영웅들이 자리잡고 있다.
박물관을 찾은 이모(43, 부산 서구) 씨는 “어릴 땐 롯데의 성적이 좋아서 야구 인기가 좋았다”며 “우상처럼 생각해 타격 폼이나 투구 폼을 따라했던 선수를 기억할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우승·준우승관을 들어서니 비로소 아련한 우승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1984년과 1992년 두 번의 우승, 그리고 1995년, 1999년 두 번의 준우승을 기념하는 곳이다. 우승·준우승관에는 당시 받았던 트로피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활약했던 선수의 기념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 중에서도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서 4승을 거둔 故 최동원 선수의 글러브와 유니폼이 눈에 띄었다.
우승관을 관람하던 최진철(39, 부산 수영구) 씨는 “92년 롯데가 우승할 때 박정태 선수가 볼을 잡아 처리한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기억난다”며 “올해는 좀 더 좋은 성적을 내서 우승관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사관에는 다양한 기록이 전시돼 있다.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선수들부터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들의 기록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사령탑을 지킨 여러 감독들도 등장한다. 팀이 기록한 한 경기 최다 안타 기록도 있다.
이날 박물관을 찾은 장모(23, 부산 진구) 씨는 “내 기억엔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는 이대호 선수나 송승준 선수 등 최근 선수들밖에 없다”며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박물관의 마지막은 용품관과 체험관이다. 이곳은 롯데 선수들이 실제 착용했던 다양한 용품이 전시돼 있다. 체험관은 배터박스, 덕아웃, 관중석 등 야구장과 관련된 시설이 일부 설치돼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박물관은 찾은 최아은(31, 부산 해운대구) 씨는 “앞에 전시된 곳은 볼거리가 많지만 체험관은 기대했던 것보다 부실한 것 같다”며 “어린 아이들을 위한 체험거리를 더 많이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물관을 나서면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지금의 롯데와 과거의 롯데가 다른 점은 뭘까. 과거 롯데가 우승할 때도 지금처럼 비교적 고른 전력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가 있었다. 1984년엔 최동원, 1992년엔 염종석이 있었던 것이다.
2018년 현재 롯데 자이언츠는 하위 그룹에서 힘겨운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시즌이 개막한 지 얼마 안돼 섣불리 성적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으론 우승은 요원해 보인다. 1등만 기억하는 게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하지만 프로경기에서 성적 말고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하루 빨리 경기력을 회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물관을 방문한 보람이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