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하나로 대중 휘어잡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뜬다

개그맨 유병재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 업소서도 미국식 스탠드업 쇼...대중화되려면 소재 제약 등 풀려야 / 김민성 기자

2018-04-12     취재기자 김민성
코미디언이 대중 앞에서 마이크 하나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다. 보통 사람들은 스탠드업 코미디를 '미국에서 많이 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크리스 락 쇼>, <케빈 하트 쇼> 등 미국에서는 솔직한 이야기를 주제로 한 스탠드업 코미디가 중요한 공연 형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방송인 유병재는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블랙코미디'를 히트시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다. 유병재는 관객과 진하게 공감하며 사회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유병재는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등 젊은 층을 대변해 분을 풀어주어 많은 공감을 샀다. 이런 사이다 발언은 '유병재 어록'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취업 준비생인 김소형(27, 경기도 평택시) 씨는 유병재의 속 시원한 소신 발언에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김 씨는 "그의 말이 좀 과격하게 들려도 답답한 마음을 후련하게 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인 서울 홍대 앞 '공간비틀즈'에서는 '영국식 펍에서 즐기는 미국식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열고 있다. 맥주를 즐기며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주제로 유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공간비틀즈는 매주 목요일마다 쇼를 진행 중이다.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도 인기다. 유료 영상 채널 '넷플릭스'에서는 해외 스탠드업 코미디언과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언도 찾아 볼 수 있다. 대학생 신지혜(22, 경남 양산시) 씨는 "꽁트는 억지 설정을 하고 소품을 어지럽게 쓰는 반면 스탠드업 코미디는 정말 공감할 수 있는 재미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휴학생 강민수(22, 경남 양산시) 씨는 요즘 TV 공개코미디보다 해외 스탠드업 코미디를 더 자주 찾아본다. 강 씨는 "국내에도 스탠드업 공연이 있긴 하지만 아직 시장이 작다"며 "유병재 씨의 시도를 시작으로 계속 스탠드업 공연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줄줄이 폐지되고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TV 공개코미디의 대안이 '스탠드업 코미디'가 될 수 있을까. 아직 우리 한국 문화에는 대중적인 코미디로 자리잡기 힘들다는 게 동아일보의 해석이다. 현장의 쇼는 너무 '성인용'의 느낌이 있어 대중적으로 크기 힘들고, 사회나 정치 이슈에 관대하지 않은 한국 문화도 발목을 잡는다. 평소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는 대학생 김태엽(22, 경남 양산시) 씨는 스탠드업 코미디 쇼의 대중화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중화가 되면 스탠드업 코미디만의 매력인 19금 개그가 없어질까 무섭다"며 "TV에 방영되기보다는 공연문화로 더 커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