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자녀 갑질 수도 없다" 후속 폭로 봇물...경찰 내사 착수
광고대행사 직원에 물 뿌린 조현민 휴가 떠나...대한항공 노조 "오너 일가 때문에 직원임이 창피" 비난 / 신예진 기자
갑질 논란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 전무는 ‘땅콩 회항’의 주인공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동생이다.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렸다는 보도가 나간 후, 조 전무의 또 다른 갑질 행태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논란이 된 조 전무의 갑질은 지난 3월 대한항공 광고대행을 맡은 업체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발생했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조 전무는 이날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음료가 든 유리병을 던지고, 물이 든 컵을 던졌다.
조 전무가 팀장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주장도 있다. 음료수를 던졌지만 깨지지 않아 분이 풀리지 않자 물컵을 집어 들었다는 것. 그러나 대한항공 측에서는 지난 12일 ‘얼굴에 물을 뿌리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측은 “직원 얼굴을 향해 뿌렸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지면서 물이 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의 해명은 폭행죄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260조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타인의 얼굴에 물을 끼얹는 행위도 폭행죄가 될 수 있는 것.
일각에서는 조 전무가 과거에도 비슷한 행동들을 했다는 폭로가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조 전무의 고압적인 행동은 일상이었다는 직원들의 증언이 빗발쳤다. “조 전무가 회의 때 화를 내며 테이블에 펜을 던졌다”, “나이가 지긋한 국장들에게 반말은 예사였다”, “소속 부서 팀장들에게 심한 욕설을 일삼았다” 등등이다. 심지어 조 전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직원들이 ‘생일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조 전무의 행동이 문제가 된 적은 처음이 아니다. 조 전무는 2014년 12월 17일 언니 조현아 사장이 비행기 회항으로 서울 서부지검에 출두했을 당시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낳았다. 복수의 상대는 조 사장에게 무릎을 꿇었던 박창진 사무장으로 추측된다.
한진 일가의 갑질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 조현아 사장은 앞서 언급한 ‘땅콩 회항’의 주인공이다. 조 사장은 지난 2014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이동 중 승무원이 항공기에서 견과류를 봉지째 내줬다는 이유로 항공기를 회항시켰다. 이 사건으로 조 사장은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조양호 사장은 지난 2012년 인하대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2005년에는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이같은 사주 일가의 갑질 행위에 대해 현재 대한항공 직원들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대한항공 직원이라는 것이 창피하다”, “회사 망신은 땅콩 집안 몫”, “파면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비판 글들이 게시됐다. 한 조종사는 “자랑스럽다. 한진 두 자녀가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고 있다”며 “주옥같은 집안이다”고 비꼬았다.
현재 여론은 조 전무에게서 완전히 등진 상태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에 대해서는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이모(28, 경남 창원시) 씨는 “사회적 공분을 사는 오너 일가의 추태 때문에 국민 간 위화감만 증폭되고,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나빠지는 것”이라며 “솜방망이 처벌로는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3일 조 전무 갑질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정식 수사에 앞서 법규를 위반한 정황을 확인하는 단계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경찰 측은 "업무상 지위에 관한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조 전무는 지난 12일부터 휴가를 사용해 해외로 출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