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테트라포드' 낚시, 발 헛디디면 '사망 또는 중상'
지자체 낚시금지구역 관련 조례 신설 등 대책 마련…"시민 협조 절실" / 정인혜 기자
2019-04-16 취재기자 정인혜
방파제, 일명 ‘테트라포드’에서 낙상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칫 발을 헛디딜 경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상당수 낚시꾼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테트라포드 낚시를 즐기고 있다.
테트라포드는 네 개의 원통형 기둥이 중심에서 밖으로 돌출된 형태로 삼발이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파도로부터 항구를 보호하는 것이 설치 목적. 규모는 작게는 5t에서부터 100t까지 다양하다. 1개당 2~5m의 크기로, 여러 개의 테트라포드를 쌓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파도를 막기 위해 설치됐지만, 낚시꾼들은 마치 갯바위처럼 테트라포드를 낚시터로 이용하고 있다. 항구 주변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테트라포드 주변은 수심이 깊어 ‘낚시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테트라포드 모양에 따라 해류가 달라져 다양한 어종이 많이 몰려든다는 것도 낚시꾼들을 유혹하는 요인 중 하나다.
낚시를 즐기는 이모(52, 부산시 영도구) 씨는 “배낚시 할 여건이 안 될 때는 테트라포드 낚시가 최고”라며 “사실 위험한 곳일수록 사람 손이 덜 닿아서 건질 수 있는 고기가 많다”고 테트라포드 낚시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위험한 건 알고 있지만, 고기가 잘 잡히니 계속 올라가게 된다”며 “테트라포드용 신발을 신고 올라가면 아무 문제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바닷물에 부딪히는 테트라포드는 해조류와 각종 무기물이 엉겨 붙어 있어 매우 미끄럽다. 사람이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진 구조물이 아니어서 물이 닿지 않아 마른 곳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테트라포드에서 떨어져 사이에 끼이거나 아래로 빠지면 구조하기도 어렵다. 표면이 미끄러워 밑에서 위로 스스로 빠져나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설사 주변에 사람이 있더라도 파도 소리 탓에 "사람 살려"라는 구조요청이 들리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아차하면 죽기 좋은 곳’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은 이유다.
실제로 테트로포드에선 사망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테트라포드에서는 총 35건의 사고가 발생, 이 중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16년에도 총 49건의 사고가 테트라포드에서 일어났다. 여기에다 소방서에 접수된 사고까지 포함하면 사고 횟수는 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부산에서는 사고 발생 빈도가 더욱 잦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부산지역 연안의 테트라포드 안전사고는 2015년 21건, 2016년 33건, 2017년 20건 등 모두 74건에 이른다. 사망자는 총 7명이다.
테트라포드에서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 최우성(45, 경북 포항시) 씨는 “물기가 많은 곳도 아니었는데, 순식간에 떨어져서 발목과 무릎을 크게 다쳤다”며 “빠져 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 없었다. 일행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 만약 혼자였다면 그대로 죽었을 것”이라고 아찔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위험하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사고를 당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방파제 생각만 해도 무섭다”며 “그 후로 낚싯대도 팔고 낚시를 완전히 접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잇단 사고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부산시는 테트라포드가 있는 자치구에 대해 낚시금지구역 관련 조례를 신설하거나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테트라포드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해운대구는 내달 초 낚시통제구역을 지정‧고시할 계획이다. 출입이 금지된 테트라포드에서 낚시하다 적발되면 관련법에 따라 1차 20만 원, 2차 40만 원, 3차 이상 8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련 규제를 논의 중에 있다.
부산시 측은 “그동안 (테트라포드 낚시를) 강제할 규정이 없어 난감했는데, 앞으로는 규정을 정비해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며 “제도가 확실하게 정착할 때까지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