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저격'하는 SNS 위험천만…용인 마카롱 사태부터 에어부산 조롱까지 구설수

'홍보 수단' SNS, 고객 조롱에 악용되기도…"돈 쓰고 욕 먹었다" 비판 봇물 / 정인혜 기자

2019-04-18     취재기자 정인혜
“There are a million things you can do in your life without that(SNS). Get yourself down to the library and read a book. Seriously. It is a waste of time(SNS 말고도 인생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수백만 가지가 있다.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라. 단연코, SNS는 완전히 시간낭비다)." 현대의 대표적인 ‘명언’으로 꼽히며 하루에도 수차례씩 회자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전 감독의 말이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주장이다. 사용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최근 구설에 오른 이들을 보면 퍼거슨 감독의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닌 듯 보인다. 주말 내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마카롱 10개' 사건이 바로 그것. 사건의 당사자 A 씨는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마카롱 가게에서 10개 먹고 인스타로 뒷담당한 후기’라는 제하의 올렸다.
사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평소 마카롱을 좋아하던 A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경기도 용인의 한 유명한 마카롱 가게에 방문했다. A 씨의 거주지는 부산. 그는 해당 가게의 마카롱을 직접 맛보기 위해 직장에 휴가까지 내고 용인으로 향했다. 가게에 도착한 그는 마카롱 11개와 케이크 하나,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맛있게 먹고 후기까지 남긴 A 씨는 얼마 후 해당 마카롱 가게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본인이 다녀간 그 날 가게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저격’하는 듯한 글이 올라왔던 것. 주인 B 씨는 “마카롱은 칼로리가 높아 하루에 한 개만 먹는 디저트입니다. 구입하시고 한꺼번에 여러 개 먹는 디저트 아니에요”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 ‘나는 한 번에 2~3개를 먹는다’는 댓글이 달리자, 주인은 “그 정도면 양호하신 거예요. 가게에서 한 번에 시켜서 앉은 자리에서 잘 모르시고 막 열 개씩 드세요^^;”라는 답글을 달았다.
본인의 이야기임을 확신한 A 씨는 ‘기분이 나쁘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어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죄송하다”는 B 씨의 답글에 그나마 마음이 풀렸던 A 씨는 이내 다시 불쾌해졌다. 사장이 자신의 계정을 ‘차단’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의 게시글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이용자를 차단할 수 있다. 차단된 이용자는 차단당한 페이지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떤 메시지도 보낼 수 없다. A 씨는 “본인 계정에서는 착한 척하고 뒤로는 차단하다니 정말 웃긴다”며 “앉아서 먹고 가라고 좌석도 떡하니 있는 곳인데, 손님이 열 개를 시켜 먹든 스무 개를 먹든 무슨 상관이냐”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그는 “나는 후기까지 예쁘게 남겼는데 뒤로는 저렇게 뭣 모르고 마카롱 10개나 X먹은 사람이라고 뒷담을 당했다”며 “오랜만에 휴가 내서 일부러 부산에서 용인까지 간 건데 돈 쓰고 욕먹고 차단까지 당했다”고 토로했다. 해당 글은 많은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후기 글까지 조회 수만 90만 이상을 돌파했다. 댓글도 4000개 이상 달렸다. 다른 커뮤니티까지 퍼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마카롱’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마카롱 10개’, ‘용인 마카롱’, ‘마카롱 사건’, ‘마카롱 논란’이 떠오를 정도다. 해당 업체의 상호도 고스란히 나와 있다. 사태가 커지자, 업체 측은 진화에 나섰다. 다만 상당수 네티즌들이 이에 수긍하지 못하면서 논란은 2라운드로 접어든 모양새다. B 씨는 ‘사과의 문’이라는 글을 통해 “한 사람을 두고 비방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오해 소지가 있는 글을 올린 점 진심으로 깊이 죄송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글쓴이를 차단한 이유에 대해서도 “두서없는 악플이 달려 순간적으로 두려운 마음에 차단 버튼을 눌렀다”며 “더욱 더 손님을 배려하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논란은 사장이 추가 글을 올리면서 재점화됐다. A 씨를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경쟁 업체라고 지목한 것. 다만 A 씨는 일반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제빵은 취미 생활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B 씨는 “나도 취미가 직업이 됐다”며 A 씨에 대한 음모론을 재차 제기했다. 사이버 신고가 되지 않는 주말 저녁 일부러 큰 포털사이트에만 동시다발적으로 글을 올렸다는 주장도 폈다. 여론은 A 씨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지만, 다툼이 장기화할 소지도 보인다. 현재 양측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법정 공방을 예고한 상태다. 지상에서 벌어진 SNS 논란에 경쟁 심리를 느낀 듯, 하늘 위 비행기 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에어부산 승무원이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을 인스타그램에 공개 조롱한 것.
한 승무원은 비슷한 파마머리 모양을 한 단체 승객들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에 “All same 빠마 fit (feat. Omegi떡 400 boxes)”라고 적었다. 댓글 창에는 에어부산의 다른 승무원들이 “룩스 라이크 브로콜리 밭”, “중국 노선이냐. 전부 아줌마네”라는 등의 댓글로 승객을 조롱했다. 승객의 사진을 ‘몰래’ 촬영했을 뿐 아니라 오메기떡, 브로콜리에 비유하며 조롱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손님들의 사진이 뒷모습이라 초상권에 문제가 없다고 경솔하게 생각했다. ‘오메기떡’은 기내에 400박스의 오메기떡이 실려 있다는 취지에서 작성한 것으로 다른 뜻은 없었다”며 “어떠한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제 잘못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에어부산은 해당 승무원과 부적절한 댓글을 단 승무원까지 조사해 자체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연이은 SNS 논란에 SNS를 기피하는 업주들도 있다. ‘서비스직’이라는 업무 특성상 업체 측의 실언이 이미지나 매출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논란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이유에서다. 부산 중구 광복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하은진(35) 씨는 “가게 홍보에 SNS만한 것도 없지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큰 문제를 만드는 것도 SNS”라며 “SNS를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손님들의 SNS에 소개 글이 올라가는 것이 홍보에도 훨씬 도움이 되고 위험 부담도 없을 것 같다. SNS로 망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운영하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SNS를 이용하는 것보다 직접 대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마카롱 사건'의 당사자 B 씨가 인스타그램이 아닌 A 씨가 마카롱을 구매했을 당시 직접 과다한 섭취에 대해 언급했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경성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정일형 교수는 "위 두 사례는 악화된 커뮤니케이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문제를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소통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말을 꺼내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